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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고양이 시리즈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저자 이용한의 이름은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6년 간이나 고양이를 찍어왔다는 그는 이미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내면서 큰 관심을 받아왔으니......!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나 역시 그의 책을 즐겨 읽는 매니아다. 무엇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담긴 고양이들의 자유스러운 길생활을 보며 그들이 좀 더 행복하게 오늘을 나기를 기도하게 된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는 노랭이 두 마리가 햇살 아래에서 졸고 있는 듯한 사진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동도 포구에 진을 친 고양이들의 활기찬 모습, 섬에서는 육지보다 더 박한 인심으로 고생한다는 고양이들, 욕지도에서 큰 물고기를 던져줘도 부릅 뜬 눈이 무서워 키스만하고 도망간 귀여운 얼룩이, 마치 집고양이들처럼 깔끔하고 예쁘기만 했던 제주 '곤밥 보리밥' 식당에서 밥 먹는 여섯마리 흰 고양이 식구들, 일본의 역장 고양이 "타마"처럼 역을 지키는 운길산역 햄 건져 먹는 고양이들, 나 역시 언젠가 본 적 있는 동화사 고양이들(사실 동화사 스님들도 다른 절의 스님들처럼 동물들에게 좀 더 관대해졌으면...하는 마음을 가져본다),길고양이들의 안식처 '나는 고양이'의 다양한 무늬 고양이들, 개와 공존하면서 살고 있는 지리산 명당 마을 명당 고양이들, 경북 상주 용흥사 "해탈이"와 이웃인 모델 고양이들.... 많은 고양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아고 있다. 이 생을-.
용궁사, 동화사, 낙안읍성은 나도 여행다녀왔던 곳인데...나는 왜 동화사 이외에서는 고양이를 본 적이 없는 것일까. 아마 그때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을 때라 지나가도 무심히 쳐다봤던 것이리라. 이렇게 관심을 두고 보는 것과 아닌 것과의 차이는 크다. 그가 2년 반 동안 전국 60여곳에서 여러 고양이들을 만났듯이 나 역시 이젠 어느 장소에 가도 고양이가 제일 먼저 보인다. 눈이 자동적으로 먼너 발견해낸다. 그리고 꿈꾼다. 편리한 아파트의 삶을 버리고 전원주택에 살게 될 날을. 앞 마당엔 길고양이들을 위한 사료와 간식거리들을 내어놓고 동네 고양이 사랑방인 집을 꾸밀 수 있게 되기를. 이웃에게 피해주지 않고 눈치 받지 않고 좀 더 많은 고양이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기를. 더불어 집 안에서 사록 있는 내 다복한 고양이 가족들도 천년만년 나와 행복하기를.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고양이를 만나게 되어 시골로 이사왔고 17년을 여행작가로 살면서 그 중 6년은 고양이를 찍는 삶을 살아온 작가 이용한. 애초에 그도 인생을 이렇게 꾸려야지 하면서 계획하고 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은 이렇게 흘러왔다고 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일의 인생.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에 나는 오늘도 같은 마음으로 그 책을 구경하는 중이다.
p233 개는 집을 지키지만 고양이는 자존심을 지킨다
한국 사회는 유독 고양이들에게 인심이 팍팍하다. 아예 죽이거나 먹거나 한다. 요즘은 그래도 고양이를 사랑하고 반려동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느 한 쪽에서는 죽이고 때리고 학대한다. 마음이 아프지만 길고양이들을 다 구할 순 없고, 사람들의 의식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으니 안타깝다. 그들을 생명으로 대하는 인식의 전환이 대한민국 전역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