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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 백작 - Navie 103
이파람 지음 / 신영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할리퀸 로맨스에 길들여져 있던 내게 사극이 아닌 한국형 로맨스는 약간 시시한 감이 없지 않았다. 역사물이야 그 재미가 톡톡했지만 현대물은 역시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작가가 쓴 외국배경의 로맨스라니......! 확 끌어당기는 제목이 아니라면 사실 읽을 시간을 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작법서를 보면 "첫문장에 사로잡아라"는 충고와 제목의 중요성을 역설해놓고 있는데,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경험하게 되었다. [남장백작]이라는 줄거리가 뻔히 보이면서도 달콤한 남녀간의 심리 밀당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라 놓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읽었는데 역시 한 권으로는 짧은 스토리였다고 생각된다.
만화가 원수연이 그린 [풀 하우스]나 [엘리오와 이베트]에서 보여지던 멋진 주인공들과 톡톡 튀는 대사들이 그리워져만 가는 가운데, 약간은 기대한 것과 어긋났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던 [남장백작]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려고 한다.
사랑을 믿지 않는 매력적인 미혼남 마일즈 그루먼트 랭퍼드 백작은 갑자기 작위를 물려 받은 남자였다. 어수선한 가운데 나타난 어린 소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10년 후에야 겨우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나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때였다. 사교계의 관심과 미혼의 젊은 주인으로부터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모 베티가 그녀를 남자로 둔갑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눈여겨 보게 된 먼 친척이라는 아이. 알렉시스에서 알렉스가 되어 매력적인 백작의 후계자 수업을 받아야하는 답답함이라니......! 결국 그들은 사랑에 빠졌고 랭퍼드 백작은 혼란에 빠져버렸다. 신체 건강한 남자인 그가 남자아이를 사랑하게 되다니......!
할리퀸 로맨스에 단골로 등장할 법한 스토리는 그 결말조차 바로 짐작케 만드는데, 분명 해피엔딩으로 끝맺어지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아들인 제럴드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어머니는 목을 매달아 자살하고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달리했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행복을 믿지 않는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여인 알렉시스가 제럴드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고 오해한 백작은 질투심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결국 사랑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한편 아이까지 낳아 키운 이복 여동생과 사랑의 도피를 해버린 제럴드의 유언이 발표되고 남겨진 커플에게 사랑의 시간이 찾아왔다.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종결되어진 이야기를 읽다보면 인생이 전부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꿈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