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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글쟁이들의 시대가 열렸다.
p243 글 하나로 먹고 사는 이들
또는 글로만 먹고 살지는 않아도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
책에서 소개된 18명의 글쟁이들은 '질적','양적'으로 성장된 출판업계의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인문서는 똑똑한 필자 한 명으로 혼자 쓸 수 있는 책이라면 실용서는 여러 명이 똑똑해야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임을 나는 필자를 통해 처음 깨닫게 되었다. 그 외 사람들에 대한 깨우침도 있었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3종교의 차이가 "예수의 신학적 지위에 대한 해석의 차이"였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신으로 보느냐, 신의 사도로 보느냐에 따라 종교가 달라질 수 있다니.....! 재미난 일이었다. 문화와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채 그저 주입식으로 암기만해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재미였다. 인쇄가 몇십억대라는 만화가 이원복의 인터뷰는 그래서 재미난 것들 투성이였다. 집-작업실-강의로만 단촐한 동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그 어떤 것보다 재미로 가득했다. 그의 인터뷰를 읽고보니 더욱 그러했다.
인문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정사보다는 야사읽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가르치려고만 하는 역사책들 사이로 색달라보이는 책제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역사전문저술가 이덕일의 책들이었다. 그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한 인물에 국한되어 있기도 했지만 역사적 줄기를 두고 왕의 독살에 심취하기도 했고 또 어떤 책에서는 민초들이 연루된 사건들을 다루기도 했다. 그 어떤 것이든 역사의 물줄기를 타고 재미를 시원하게 내려주는 읽을거리들이었기에 읽는 내내 "가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쉽게 쓰여져 가독성이 최고인 글들이었다. 그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인터뷰를 보며 그가 내성적인 사람이라는데서 놀라고 최초의 역사저술 전문가라는데서 또한번 놀라게 되었다.
이원복, 이덕일 외 관심있게 읽게 된 페이지의 주인공들은 동양철학저술가 김용옥과 NGO 저술가 한비야였는데 이 둘 모두 너무 유명해서 그들의 책들을 이미 독파한지라 새삼 새로울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팬심으로 읽어나살 수 있었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던 페이지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시대에 글밥을 먹고산다는 글쟁이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어 그들의 글을 읽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단비처럼 읽혀질 것이다. 내게도 그랬듯이. 18명의 인터뷰 내용을 읽기에 앞서 저자의 약력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책은 꼭 읽기를 권해본다.
얼굴은 작은데 머리가 크고
키는 큰데 다리가 짧다
그러면서도 글은 잘 쓰지 못한다고 스스로는 평하는 기자가 있다. 하지만 고백하고 있는 저자의 글짜임새에 매력을 먼저 느꼈다면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목차를 보고 먼저 읽고 싶은 사람의 페이지부터 읽고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재미도 남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