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
까날 지음 / 니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먹방 정우가 뜬 적이 있다. 무얼 먹어도 맛나게 보이는 배우 하정우. 그래서 몇몇 컷은 편집되기도 했다는 그를 보며 맛나게 먹는 것도 복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언제나 음식이 맛나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어린 시절부터 맛나는 것들을 먹고 자라서인지 원재료가 주는 아삭거리는 식감들이 이에서부터 느껴졌고, 혀를 통해 맛을 음미하고 식도로 넘겨지면서 탐닉하는 과정을 즐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복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참을 앓고 나서 음식에 대한 맛을 잃어버렸다. 무얼 먹어도 삼키질 못했고 심지어는 먹고 싶다는 욕구조차 들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건강하게 먹고 소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 것인지.

 

오사카에 가면 "쿠이다오레!"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먹고 죽자"라는 뜻이라는데, 맛나는 음식이 가득하다보니 절로 입에서 이 소리가 터져나온단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 블로거가 발견한 관서지방의 맛난 먹거리들. 오사카, 교토,고베, 나라, 와카야마 에서 요리들을 맛보기 위해서 당일의 시간만으로는 너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2박 3일 코스,3박 4일코스로 나누어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지하철노선처럼 이동거리를 나누고 그 사이 시간을 기재해 자유여행하기에도 편리하게 짜여져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안전하게 안내된 안내도를 보니 오늘이라도 훌쩍 혼자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스시, 우동, 돈가스는 한국에서 일본식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이다보니 살짝 패스. 67년의 세월이 묻어난 그릴 마루요시의 특제 롤 캐비지나 자장면이 한국에만 있는 중국요리인 것처럼 일본에만 있다는 중국요리 텐신항과 교자, 곱창이 듬뿍 들어 있는 교토라멘 등이 입맛을 자극한다. 눈으로만 보고 있자니 입안에 고인 침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노란 색감이 꼭 병아리 같이 느껴지는 클래식 버터밀크 팬케이크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얼른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고 싶어졌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팬케이크는 갈색빛이 나곤 했는데 모구의 팬케이크는 카라멜 소스를 얹기 전까지는 치즈 브래드같은 색감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 상단에 모구의 이니셜이 찍힌 것도 이색적이다.

 

여름에 관서지방을 여행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본다. 몇몇 맛집에서 브런치를 해결하고 살짝 더워진 오후 2시쯤해서는 독일풍으로 세련되게 꾸며진 선술집인 랏헨에서 귀네스같은 짙은 색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갈증을 달랜다. 더위를 한 뜸 식히고 나서는 다시 작은 배낭을 등에 메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구경길에 나선다. 나의 상상은 계속 즐겁게 이어진다. 맛집탐방이라는 테마를 두고 홀로 떠나도 즐겁고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 여행지인 일본. 복잡한 도쿄가 아닌 다소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관서지방에서 맛집을 따라 식도락 여행을 계획해 보는 일도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꼭 구경만을 위해 혹은 쇼핑을 목적으로 두지 않아도 여행은 그 떠남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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