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1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수현 작가였던가. 한 드라마가 떠올려졌다. 유명한 회장님 댁에서 자란 여자는 그 집 외동아들과 사랑에 빠졌지만 키워준 은혜를 져버릴 수 없어서 회장님댁에서 중매한 곳으로 시집을 갔다. 홀어머니에 외아들인 그 집안에서는 당연히 돈을 바라고 그녀를 받아들인터라 갖가지 모욕과 폭언을 멈추지 않았는데, 남편은 설상가상으로 사채업으로 돈을 모은 거친 어머니에게 꼼짝도 못하는 마마보이인지라....시집가서 계속 눈물바람으로 살던 그 드라마가 [폭염]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번 떠올려진 뒤로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은후 역시 드라마 속 그녀와 삶이 다르지 않았다. 두 살에서 일곱살까지는 담배피던 양할머니의 학대를 견디며 자랐으나 그 집에 아들이 생기자마자 파양되어 상처받은 채 시설로 돌아왔고 당시 열다섯이던 태흔의 눈에 상처받은 작은 소녀가 걸렸다. 그 눈에 머무르게 되면서 시작된 운명은 태흔과 은후가 남매로 자라 성인이 된 현재까지 이어졌다. 슬프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끈.

 

붉은 실이 그들의 손목에 묶인 듯 그들은 서로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화홍]의 작가 이지환이 쓴 [폭염]은 그간 달달한 사극을 뛰어넘을만큼 농염했다. 처음 시작 장부터 태흔은 꿈 속에서 은후를 제 품으로 품었고, 읽는 내내 은후를 어쩌지 못해 안달내곤 했다. 서른 셋. 멀쩡한 나이에 승명그룹의 후계자인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의 태흔에게는 오로지 은후 뿐이었다.

 

스물 다섯인 은후는 진여사의 보살핌 아래 곱게 자라 그녀가 주선한 자리로 시집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친분이 있던 재벌가의 손자와 데이트 중인 은후에게는 사실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시간은 오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흔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했던 별장에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것. 그날 하필 할아버지가 별장에 들렀다가 그 모습을 보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는 그들만 아는 그 비밀을 가슴에 묻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은후는 태흔을 멀리하며 살았다.

 

그리고 진여사가 보내려는 자리로 떠나려고 준비 중이었다. 태흔이 갑자기 돌아오기 전까지는. 태흔은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오년이나 헤매다가 돌아온 그에게 은후는 여전히 그의 여인이었다. 또다른 재벌가의 고명딸과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갖곤 했지만 이는 남들의 눈속임일뿐 태흔은 은후를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나가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을 남매로 자라온 그들에게는 복병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이에 애타는 태흔은 남자의 향기를 무한 내뿜으며 연신 은후를 품에 넣기에 바빴다. 임신을 목적으로 했으나 도저히 임신이 되지 않은 은후......!

 

완전 19금이지만 남매로 자라온 피 한방울 안 섞인 그들의 사랑. 이루어질 수 있을까. 1권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불행한 결말들 뿐이었다. 여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진 결말들이 그런 것 뿐이라 이들 역시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아 슬퍼지기까지 했다. 2권을 읽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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