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극찬한 작가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이미 작고한 작가였다.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을 읽으면서 문체가 남성스럽다기보다는 여성의 섬세함이 묻혀져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는데 흡사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처음 읽을 때와 그 느낌이 비슷했다.

 

북유럽에서 유럽의 작가군으로 그 읽기를 옮겨가면서 요 네스뵈 같은 날카롭고 짤막하면서도 다소 거칠어서 남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작품은 그 나름의 매력으로, 또 넬레 노이하우스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기는 유럽 작가 특유의 섬세함은 또 그 나름의 매력으로 읽혀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동양의 작가들이 주는 질척함이나 많은 꾸밈말들 혹은 묘사 위주의 필체에서 벗어나 간결하면서도 드라마를 읽는 듯 대사 읽기에 맛들일 수 있는 소설읽기를 선물해 준 것이 바로 유럽 작가들의 소설들이었다.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은 불행하게도 실화를 바탕에 둔 소설이다. [룸]을 처음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르르 떨면서 분노케 만드는 내용은 가슴아프게도 어린 여자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10세 가량의 소녀들을 선호하는 변태적인 아저씨들. 그들의 성적 환타지를 채우기 위해 납치되고 감금되어 성노리개로 살다 버려지는 그들은 마치 수명을 다한 폐 건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2주 만에 8명을 죽인 남자의 이름은 드렉만이었다. 악명 높은 형사변호인인 그는 연예인이었던 예쁘장한 아내와 더불어 다정한 아들, 아름다운 딸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그 평화는 곧 깨어졌다. 십대 초반의 어린 딸 카를라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파티에 갔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카를라를 성폭행했던 남자는 곧 그녀를 데려와 조직이 관리하는 가옥에 넣어둔 채 매춘을 하게 만들었는데 그런 동생을 찾기 위해 찾아온 오빠 파트릭은 그 자리에서 총살당하고 얼마 후 카를라도 시체로 발견되었다.

 

자식을 잃고 아내를 잃고 가정이 파탄난 남자가 할 수 있는 복수. 그 복수는 조직의 붕괴로 이어지고 사회 지도층으로 구성된 막강한 소아성애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세상에 그들의 만행을 들춰내었다. 한 가정이 깨어지고 죽음으로 밝혀진 진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저명인사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백합을 남긴 살인자를 뒤쫓는 여형사 율리아 뒤랑. 우리 모두는 그녀가 되어 변태 성욕자들의 처단에 안도하고 그들이 보존해온 조직을 완전히 뿌리 뽑는데 그 마음을 합해야 할 지도 모른다. 실화가 바탕이라 더 소름 돋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희망이자 새싹인 아이들을 향해 그 더러운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소위 성공한 남자들의 추찹한 취미생활은 이 소설을 끝으로 그만 종료되어지기를 희망하지만 아직 세상 곳곳에 이들과 같은 어른 남자들이 버젓이 숨 쉬며 살아가고 있을테니까. 그 사실이 몸서리치게 징글징글하고 속을 더부룩하게 만든다. 읽고나니 더 그러했다. [덱스터]의 살인은 동조할 수 없으나 그의 마음은 이해가 되듯 세상에 정말 덱스터나 드렉만 같은 쓰레기 청소부가 존재하면 좋지 아니할까. 라는 위험한 상상을 살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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