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스타일 - 평범을 비범으로 바꾼 인생철학과 철칙들
진희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노르웨이 숲] 이후 하루키 작품들은 내게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유명한(?) 하루키의 책들을 매번 눈팅하고 읽어나가면서도 노르웨이 숲만큼 멋진 감명을 남기지 못한 작품들의 제목은 처마끝에 고인 빗물처럼 주룩주룩 다 잊어버리곤했다. 도리어 소설보다는 그의 여행담이나 인터뷰 기사, 혹은 하루키의 삶에 더 관심을 두기에 이르렀는데 그는 정말 독특한 작가였다. 국적을 떠나서.

 

기인 같은 작가들이 있다. 이외수 작가나 황석영 작가 같은 우리네 작가 외에도 요 네스뵈, 데이빗 헨리 소로우 같은 특이한 삶을 살고 있는 작가들이 세상에는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하루키는 대학교 재학시절 점괘(?)조차 않좋아 운명이 말리고, 가족이 말리는데도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여전히 부인과 행복하게 여행다니며 살고 있고 그 어떤 직장에도 적을 두지 않고 바로 사회에 나와 카페 주인이 되어 삶을 꾸려나갔으며 서른 즈음 작가가 된 이후에는 바른 생활 사나이의 삶을 지켜나가며 글을 써내려 나가고 있다. 올빼미형에, 주당들이 가득한 글쟁이 세상에서 그는 보기 드물게 오전 4시 전후로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원고를 쓰고 10시가 되면 10킬로를 달린 다음 수영을 하거나 낮잠을 즐긴 뒤 번역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저녁에는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약간의 독서시간을 거친 뒤 10시 경에 잠자리에 든다고 하니... 이 모범적인 가장의 생활패턴은 30대부터 현재까지 언제, 어디서나 유지되고 있단다. 놀라울 따름이다.

 

만화가 허영만 선생이 주5일제를 지키며 낮시간에 일하고 정확한 퇴근시간을 두어 직장인처럼 땡!하면 작품 그리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그의 규칙적인 삶에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하루키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창작인이 시간을 지켜가며 작품을 그려내고 써내려나갈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사람의 재능은 천차만별로 다양하다지만 이 두 인물의 인생은 서프라이즈 그 자체로 느껴진다.

 

p22 작가로 등단하거나 주목받는 작가가 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은 작가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실을 맺어주는 건 꾸준함이다

 

 

고양이와 아내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자신의 삶을 멋지게 지켜나갈 줄 아는 남자. 하루키는 내게 그런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책 한 권으로 그 사람의 생애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다. 무리다. 하지만 인터뷰 한 줄을 읽는 것보다 더 정직하게 써내려진 문장 사이로 나는 인간 하루키를 읽어나가고 있다. 그만의 울림으로 세상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 그의 일상과 자기관리는 그래서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이건간에 벤치마킹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책을 읽기전보다 읽은 후 하루키가 더 좋아졌다. 그가 전하는 밝은 기운이 내게도 전해진듯 해서 오늘 아침 나의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하다. 꼭 그의 글과 말을 통해 배움을 전해받지 않아도 그 생각에 공감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하루키를 만나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 생각되어졌다.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이건 반해 있는 사람이건 간에 누군가를 알아나간다는 일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즐거움이 보태져야할 일이라고 생각되어진다.

 

p191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