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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ㅣ 탐 청소년 문학 10
우르술라 포츠난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탐 / 2013년 8월
평점 :
명절을 앞두고 뉴스를 통해 우울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자해하기"가 유행이라고. 목을 조르거나 상처를 내는 것이 어째서 유행이 되어버린 것인지. 단순히 철없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그들이 몰두하는 이유에 귀를 기울여야 올바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아이들 사이의 전파력은 참으로 높다. 우르술라 포츠난스키의 두꺼운 두께의 판타지 [에레보스]역시 이 전파력에 주목하고 게임과 접목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무서운 속도로 입소문이 붙어버린 "에레보스"는 누구나 쉽게 계정을 끊어 접속할 수 있는 류의 게임이 아니다. 비밀스럽게 초대되어 나름의 규정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한 이후 게임에 접속할 수 있지만 공공연한 비밀처럼 게임속 캐릭터들이 주변의 누구였는지 속속들이 드러나게 되고 게임내 지령을 현실에서 실행하면서 게임을 접한 아이들은 점점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해져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주인공 "닉"이 서 있었다. 가장 아이스러우면서도 코난처럼 무게를 잡고 사태를 관찰하고 파악해나가면서 실마리를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아이. 짝사랑중인 닉이 게임에 처음 접속하면서부터 독자들은 "에레보스"라는 세상을 함께 접하게 된다. 그리고 닉이 혼란스러워하는 그 순간을 함께 공감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만가는 상황을 같이 고민하고 근심한다. 기존의 판타지가 그 방대한 세계관을 한발짝 물러서서 구경하게 만들었다면 "해리포터"이후 판타지는 함께 공감하고 교류하게 만드는 양상으로 가고 있는데 어둠을 뜻하는 "에레보스"역시 다르지 않았다.
딱 한 번만! 그것도 단지 혼자만 할 수 있다는 제한성, 절대로 지켜지지 않을 맹세인 "비밀"의 언약, 복사를 해서 돌리면 안된다는 제약이 아이들로 하여금 더 "솔깃"하게 만들어 게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누구나 아이디를 만들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면 아이들은 이처럼 목숨걸고 게임접속에 열중하진 못했을 것이다. 결국 "명탐정 코난"의 어느 한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것처럼 게임 "에레보스"는 게임을 만들던 아버지가 죽은 후 "링"처럼 돌고도는 게임을 멈추기 위해 그 아들과 친구들이 힘을 합치는 훈훈한 이야기로 종결지어졌다.
2011년 독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에레보스"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어른들도, 기성세대보다 빠른 사춘기로 인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혀지는 판타지다. 쉽다.궁금하게 만든다. 읽을거리가 많다 는 장점을 어필하면서 어느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어떤 판타지보다 "리얼"하면서도 충분히 즐기는 재미를 경험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