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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그리고 향기 - 향수 만드는 남자의 향기 이야기
임원철 지음 / 이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향수를 선물받은 적이 언제였던가. 20살이 되어 첫 성년이 된 어느날 부모님께 향수를 선물받은 친구도 있고, 남친에게 고백을 받으며 향수를 처음 접한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행운을 누려보지 못했었다. 30대가 지나서야 여행을 다니며 스스로에게 주는 기분좋은 선물로 "향수"를 구매하긴 하지만 20대엔 내 손으로 사 본 일이 없는 제품이기도 했다. 사회에서 만난 언니들이 많아 그 언니들이 하나, 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형부감"들은 으례 "처제감"에게 향수를 선물해주곤 헀다. 생일날.
그래서 형부들로부터 받은 향수선물들이 많았을뿐 가족이나 남친에게 받아본 일은 없는 선물이 바로 향수였다. 내 기억 속에서는.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이 사준 향수는 '내게 어울려 보이는 것"을 골라준 것이었을 것이다. 값이야 형부들이 치루었겠지만 그 향을 고른 것은 나를 잘 아는 언니들이었을테니, 결국 언니들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였는지 그들이 선물한 향수를 보면 알 수 있었는데, 단 하나도 같은 브랜드, 같은 no가 없었다는 사실이 이색적이고 재미난 일일 것이다.
반대로 스스로 향수를 사면서부터는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때로는 달콤한 향을, 때로는 시크한 향을, 어떤때는 남성용으로 나온 쪽이 더 맘에 들기도 했고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를 구입하는 재미도 쏠쏠했더랬다. 지금이야 반려묘들이 향수를 좋아하지 않다보니 자주 뿌릴 일은 없지만 그래도 내게 향수는 즐거운 기억이 가득한 선물이다.
눈에 보이지만 뿌리는 순간 공중으로 휘발되면서 그 투명의 그림자만 내 곁에 붙여 놓는 재미난 액체. 도나카란의 "여성의 첫 보디 수트는 향기"라는 말이 귀에 착착 감기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공감. 나는 책을 구경하며 어떤 제품이 더 좋고 어떤 제품을 사야되겠다는 시선으로 보진 않았다. 대신 그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고 싶었고 다양한 향기 속에서 향의 휘발과 더불어 그 도시로 여행가는 기분으로 읽어냈을 뿐이었다.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도쿄로 날아가며 나는 공기가 되고 향기가 되었으니 ......고독하면서도 화려할 때가 있고 순수하면서도 청순할때가 있었다. 아는 향은 콧가에 스며들었고 모르는 향은 상상으로 맡아댔으니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여성인 내가 얼마나 행복했을지는 두말하면 입아플 소리다.
향수 그리고 향기. 뜯어보면 같은 말인데, 남이 바라보는 향이랑 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향이 다르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만 하다. 냄새나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여성은 세상에 없다. 자신만의 향기가 체취와 더불어 최대한 향기롭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여성들만 가득한 세상이다. 무향과 악향 중 어느 쪽이 더 나쁜 걸까. 죽는 순간까지 여자로 살게 되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그동안 바빠서 잊고 살았던 여자로서의 삶을 다시 꾸려나가고플 뿐이다. 고고한 향기를 내뿜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