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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왕과 아들 :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9월
평점 :
사극에서 봐왔던 아비와 아들의 갈등이 책 한 권에서 풀이된다. 왕은 지아비로서도, 아비로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책과 드라마를 보며 지배적이었으나 그들은 그들대로 본봐 들을봐 그들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들이 봐온 삶은 그것외엔 없었을테니.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이라는 이 평범한 단어가 문득 무섭게 느껴진다. [왕과 아들]은 5명의 부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용의 눈물"을 통해서도 익히 봐왔던 익숙한 갈등구조의 부자인 태조와 태종의 이야기부터 조선왕조 오백년과 근래에는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읽어낼 수 있었던 태종과 양녕대군, 세종에 얽힌 갈등구조, 최근 "불의 여신 정이"에서 살짝씩 보여지는 선조와 광해군의 오묘한 가족관계하며 jtbc에서 작정하고 '꽃들의 전쟁'을 통해 독하게 풀어내고 있는 인조와 소현세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문제 아들이고 문제 아비로 만났다. 마지막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영조와 사도세자'에 이르기까지. 사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는 만날 수 없었다.
너무나 잘 알려졌지만 그래도 또 보게되는 그들의 이야기."갈등"이 첨예해서 일까. 왕실 최대의 비극을 우리는 안방에서 편안히 누워 늦은 밤 깊어가는 시간을 죽여가며 매번 봐왔다. 작가가 달라지고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도 마찬가지였다. 계속되는 부자의 갈등은 왕실을 너무 조선의 뿌리를 흔들고 세상을 흔들었으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어제가 오늘의 우리의 삶의 터전이기에 안볼 수도 없었다.
전쟁을 겪으며 선조와 인조는 히스테릭하고 이상한 행동들을 일삼았다. 선조는 양위카드를 열 다섯번이나 빼내면서 왕자들의 심장을 떨어뜨렸으며 왕과 왕세자의 사이는 연애의 고수전법처럼 밀고 당겨지곤 했다. 광해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능양군이 인조가 되어 입성한다. 하지만 그의 삶도 선조와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맏아들 소현을 두고 정치적 동반자가 아니라 정적으로 내쳐버렸으니 말이다. 선조와 광해의 사이에는 정치적 대목과 욕심, 인목대비를 비롯한 적자인 영창대군과 임해군 등이 있었지만 인조와 소현 사이에는 그 외에도 "청"이라는 제 3세력이 존재했다. 그들 관계가 틀어지는데는 안밖으로 많은 요인들이 있었으니 중재할 재목은 없고 모두 그들을 등돌리게 할 인물들만 가득했다. 흔히 사주보러가면 들음직한 말인 "살이 끼였다"라고 말해야할 그런 관계로 보여진다.
아비에게 상처받고 내쳐지고 건져지는 동안 아들들의 마음 속에 새겨진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족으로서의 끈끈한 정과 사랑, 존경은 이제녁에 사라지고 없지 않았을까. 냉정한 아비와 혼돈을 주는 행동들. 가족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아들로 살아가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아비가 아들을 버렸다. 심지어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조선 왕위 계승은 저주를 받았단 말인가. 그들은 사료를 정리하고 역사를 중요시 여겼으면서 지난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웠던 것일까. 그저 기록만으로 충분하다 여겼던 것일까. 우리의 오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아비와 아들의 관계가 세상 곳곳에 실제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인문학과 역사. 오늘날 이 분야가 좀 더 잘 다루어져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어제를 알고 오늘을 바로 세우는 것. 역사를 알아가야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