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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ㅣ 개암 청소년 문학 19
홀리 골드버그 슬론 지음, 박우정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세상 모든 부모가 다 부모의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았다고해서 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아이를 잘 길러내고 보호하며 성인으로 자랄때까지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는 사람에게 부모의 자격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세상 여러 형태의 부모들을 보면서 갖게 된 생각들이다.
[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에 등장하는 샘 역시 운이 좋지 못했다. 엄마의 품에서 유괴되어 아빠와 함께 이동하며 살아가는 삶은 고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클레런스는 폭력에 전과에 도덕적 잣대까지 없는 인물이라 파렴치한의 탈을 쓴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자신의 아이들을 잘 건사했을리가 없다. 폭력가장으로 살며 샘과 리들, 두 아이들을 짐승 다루듯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가정은 브레이크가 없는 짐차처럼 점점 가속도를 붙여 위험한 삶 속으로 굴러 들어가고 있었는데.....
사춘기 소년 샘이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에밀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들의 삶에 구원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생기고 스타일도 멋지고 음악적 재능도 천부적으로 타고났지만 아버지로 인해 시궁창의 쥐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샘. 그리고 천식과 자폐를 앓고 있지만 방치된 채 점점 더 나빠져 가던 리들. 이 두 소년을 에밀리의 가족들은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샘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함께 놀러 온 리들까지 자상하게 보살피기 시작했던 것이다. 에밀리의 아버지는 음악대학의 담당자였고 엄마는 병원에서 일했으니 둘 다에게 샘과 리들은 천사였던 셈이다. 하지만 빛의 시간도 잠시,
클레런스가 에밀리 가족을 알게 되어버렸고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기 위해 아들들을 협박해 길을 떠나던 중 그들은 대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아버지와 장성한 아들의 대치상태. 그리고 그들 앞에 찾아온 이별.
성장소설, 동화라고 하기엔 어두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그 따뜻한 결말로 말미암아 마지막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은 참 어렵다. 그 대상이 가족일 때는 더더욱 그러하리라. 클레런스 역시 두 아들들에게 이해받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대상이었다. 다만 에밀리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두 소년이 가정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사회속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게 된다.
둘러보면 우리 곁에도 이런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폭력 가정 속 아이들. 꿈을 잃은 아이들. 미래를 빼앗긴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사회가 또 다른 기회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그 방향성이 제시된 소설 같아 읽는 내내 그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더라도 삶을 이어가다보면 그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 역시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 주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