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천사들의 행복 수업 - 최 약사의 동물테마파크, 유기동물 힐링 프로젝트
최복자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마더 테레사의 봉사는 사람을 향해 있었다. 저자의 봉사는 생명을 향해 있다. 그 숭고함의 무게는 어느쪽이 더 무겁다라고 잴 수 없을만큼 둘 다 값진 행동임에 분명했다. 봉사를 위해 삶의 일부분을 허락하며 산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한 생명으로 인해 봉사의 길로 들어섰고 자신의 업을 병행하면서 동물보호소를 운영한다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짐작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은 자신이 약사여서 일반인에 비해 많은 의료혜택을 전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부분이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을 위해 신이 준비해 놓은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생명을 위해 쏟아붓고 있었다.
물론 책을 보면 화가나는 순간도 있고 울컥하는 순간도 있으며 눈물나는 순간도 있다. 잡아먹기 위해 개를 입양한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같은 인간으로서 소름돋게 만드는 부분이었고 어린 고양이들을 잡아놓았으니 데려가라 신고해서 도착해보니 열 다섯마리를 포대자루에 담아 질식시켜 죽여놓은 대목에서는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길강아지가 낳은 새끼 강아지를 어미와 떼서 음식물 통에 넣어버린 사람은 cctv라도 돌려보아 꼭 잡아내고 싶었다. [살인의 추억]을 보며 "꼭 잡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행동을 한 나쁜 사람도 잡아내고 싶었다. 김치국물이 가득 묻혀져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그 아이의 이름은 그래서 "김칫국".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 이름 앞에서 나는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책을 읽고서도 이정도인데 실제로 현장에서 보거나 겪게 되었다면 그 마음의 일렁임이야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길천사들의 행복수업]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내겐 그래서 슬픔이자 기쁨이었다. 너무나 속상하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웠던 이야기. 사람이라서 부끄러우면서도 또한 사람이기에 행복했던 이야기였다. 누군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세상에는 그에 반하는 사람도 있어 생명의 귀중함을 나누는 이들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같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소명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가 그래서 더 힘을 내어 주었으면 좋겠다. 여유가 되면 후원도 하고 싶은데 마음만 앞설뿐 아직은 힘을 더 길러야 할 때라 이 마음을 곱게 접어 저금해 둔다. 이 마음의 저금을 복리식으로 저축해 두었다가 언젠가 그녀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곳을 만드는데 쓰고 말리라.
아름다움을 위한 길은 멀리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