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궁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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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찌질한 인생들이 모여든 곳. 에메랄드 모텔. 제 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에메랄드 궁은 그 주인들이나 모여드는 사람들이나 찌질하고 못난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이 우리와 다르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이면서 서민들의 섞고 섞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그 땀내나는 이야기 속엔 "삶"이 배여있다.

 

연희는 남편 상만이 유부남이었지만 좋았다. 쌀집아들이었고 전직 복싱선수였지만 그의 그가 좋아 야반도주했던 것이 죄가 되어서일까. 낳은 아이는 잃게 되었고 임신은 더이상 불가능했으며 그들이 사는 집에 와서 상만의 조강지처가 약을 먹고 죽었다. 그리고 그녀의 유산을 받아 그들은 에메랄드 모텔을 세웠다. 유리궁처럼 튼튼하지 못했던 그들의 보금자리는 그렇게 깨어지기 시작했다. 평생 사랑해줄 것만 같던 상만은 짐짝같은 남편으로 변해갔고 팔지도 살리지도 못할 모텔을 껴안고 그래도 살아보려 애쓰던 연희는 그만 그 줄을 놓아버렸다.

 

청소직원들이 잠시 쉬는 휴게실인 211호에 언제부턴가 와 머물던 모자란 여자 선정. 아이를 되찾겠다며 모자란 그녀가 손님들의 방을 드나들며 몸을 팔기 시작했지만 연희는 눈감아버렸다. 그랬더니 남편 상만이 선정을 끼고 자기 시작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마누라가 있으면서 또 바람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홈그라운드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만은 연희에게 되려 큰소리다. 연희가 받아준 어린 부부들 탓도 컸다. 상만이 반대했지만 방하나를 내어준 연희. 갈데 없다는 그들을 받아줬더니 갓난 아이를 속여서 데려오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어머니에게 끌려간 사이 아이를 죽이려고 변기에 던져버리질 않나. 문제의 연속이었다. 단골 손님들에게 전화하는 것으로 호의를 원수로 갚더니 몸을 파는 어린 아내를 발견하고 사람을 찔러 도망자 가족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와서는 아이까지 버리고 가다니.....모텔 주인들에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일까.

 

자신의 삶도 구질구질한데 연희 주변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찌질찌질한 것일까. 그 구김 때문에 이 작품은 제 9회 세계 문학상을 탄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 읽었으나 왠지 마음 한 구석에 구정물이 묻어버린 듯한 느낌은 왜일까. 그 삶들이 다림질하듯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일까. 내 이웃들도 아닌데, 책 속 인물들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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