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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 교수의 상업주의 미술 이야기
양정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서양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가르치고 있다는 양정무 교수의 [그림값의 비밀]은 요즘 한참 이슈화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소장한 그림들과 맞물려 눈에 딱 띄여 읽은 책이었다.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그림들을 보며 대체 얼마짜리야?라는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고 그림값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궁금해져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술의 상업화. 슬프게도 위대한 화가들은 가난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고 살 수 없다니...이보다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림 가격이 재료비 +화가의 능력이 합쳐진 가격일텐데, 15세기 초까지는 그림 각격의 상당부분을 재료비가 차지했다니 그들이 받친 그 수많은 날들에 대한 값어치는 대체 어디에서 받아내야 했던 것일까.
하지만 똑똑하게도 중세 예술가 중에서 철저하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는 "갑"처럼 미완성인 채로 두고 현장을 떠나간 이도 있었으니 그는 바로 미켈란젤로였다. 예술가들 중에서는 꽤 좋은 가문에서 탄생했지만 돈을 버는 가족이 자신밖에 없어서 모두를 먹여살리기에 급급했던 그는 예술하면서도 셈을 정확히해 가족들을 부양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는 한국 미술 시장의 그림 가격 측정이 "호당 가격제"인 것과는 사뭇 다르게 비춰진다. 그림 크기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독특한 방식은 한국 고유의 방식이라고 하는데 10만원 짜리 50호는 500만원으로 계산된다니...큰 그림을 그리면 많은 돈을 받게 되는 셈일까.
불황을 겪던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알려진 호당 가격제는 일률적 가격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이 장점이 단점이 되어 작품 평가 액에 대한 가치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림은 두번 태어난다고 한다. 화가의 손에서, 컬렉터의 품 안에서. 이렇게 두 번 태어난 그림은 그 가치나 화가에 대한 이해 없이 값으로만 판단된다면 분명 이는 잘못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세속적인 수단인 돈으로 그 예술혼을 값할 순 없기에 생활인으로 그림을 판매했던 화가들의 마음이 되어 책을 읽어나가보는 것도 독자로서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