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2
박민숙 각색, 김은숙 원작 / 아우름(Aurum)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당신에게 원했던 것은 뜨거운 것이 아니라 따뜻한 것"이라는 극 중 민숙의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큰 것을 바랬던 것이 아닌데, 남편이 들어오지 않는 밤, 불면증에 시달리며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도 줍지도 못하는 여자의 고뇌. 돈 많은 민숙의 고민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것 같지 않은 남편에 대한 갈망이 그녀를 독하게 만들었다.

 

민숙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도진과 이수의 러브 라인이 축이되고 그와 맞물려 태산과 세라의 사랑방식이 보여지고 윤과 메아리의 마음이 확인되는 사이사이 정록과 민숙의 결혼생활이 엿보여진다. 도진과 이수의 러브 라인은 멜로 드라마에서 봐왔던 사랑이야기라 그들의 사랑보다는 도리어 정록과 민숙의 결혼생활에 더 눈길이 갔다. 완벽하면서도 여자들이 꿈꾸던 남자 캐릭터인 태산과 그의 여인 세라의 사랑 역시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보인달까. 윤과 메아리의 사랑 역시 애절한 짝사랑과 좋아하면서도 거절해야만 하는 착한 남자의 사랑이라 재미보다는 안타깝게 봐야만 했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유머러스하면서도 바람기 다분한 남자와 세상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자신의 남편의 마음을 얻지 못해 힘들어하는 여자, 민숙의 결혼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게 보였다.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도진과 이수의 사랑에 매료된 사람도 있을테고 태산과 세라의 러브 라인에 열광하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어쩌면 나처럼 민숙과 정록의 결혼 생활을 재미나게 구경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각자 재미의 코드가 다르다보니 선택의 즐거움도 있고 드라마를 다 본 사람들은 그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명장면들과 소설 속 페이지를 비교해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띄엄띄엄 보았던 나조차도 가독성 있게 페이지를 넘길만큼 소설은 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했다. 하반기에 [상속자들]이라는 새로운 드라마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데, 이번에는 작가의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고 후에 나올 소설 책과 비교해보며 읽어야겠다 싶다.

불혹의 남자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사랑이야기는 결혼적령기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할만큼 센세이션하면서도 발랄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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