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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위 고양이, 밥(Bob) - 한 남자의 영혼을 바꾸다
제임스 보웬 지음, 안진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3년 4월
평점 :
제임스 보웬은 거리의 음악가였다. 하루 벌어 하루 살 걱정을 하는 남자. 게다가 그는 극빈자이자 마약쟁이였다. 그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어 허우적대던 그에게 어느날 기적이 다가왔다. "밥"이라는 노란 고양이의 모습으로.
영국에서는 털이 노란 고양이를 "진저캣"이라 부르나 보다. 어린시절이 불우했던 제임스 보웬은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아야했다. 어머니의 커리어는 나날이 나아져갔지만 그녀의 어린 아들은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왕따를 당했고 새아버지와 불화를 겪었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마약에 중독되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도피자 제임스는 어머니마저 떠나 홀로 영국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온 영국이지만 아버지의 가족과도 불화를 겪으면서 그는 거리에 나 앉게 된 것이다.
그런 그의 집 앞에 어느날 다친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누군가의 고양이려니...하고 눈여겨 보기만 했을뿐 데려올 생각을 못했는데 며칠째 집 앞에 머물고 있던 고양이는 심각하게 다친 상태였고 영양상태도 좋아보이질 않았다.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밥"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면서부터 그들의 행복한 동거는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제 앞가림조차 하지 못하는 남자가 무슨 고양이를 키우기까지 욕심내냐고. 하지만 함께 있어 행복한 인연이 분명 있다. 묘연이라고 했던가. 애묘가들 사이에서는 고양이와 만나는 일은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고들 말하니까. 제임스와 밥도 인연의 끈이 굵게 이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서로를 찾아낸" 밥과 제임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제임스와 함께 출근해서 그 지역의 명물이 된 밥. 여느 고양이처럼 도망가지 않고 조용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는 그 귀여움때문에 선물도 받고 돈도 벌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제임스는 그 일을 접고 좀 덜 위험한 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삶을 살아갈 의지가 생겨난 것이다. 책임져야할 고양이도 있고 실질적인 가장이 된 그는 마약을 완전히 끊고 <빅이슈>판매원이 되었다.
늘 피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호의를 베풀어왔다. 모두 노란 고양이 한마리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제임스는 이 완전한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된 계기가 바로 밥 덕분이라고 회고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밥이 몹시 아픈 적도 있었고 거리공연을 하다가 달려든 개때문에 도망가서 헤어진 적도 있었으며 <빅이슈>판매원들이 무고하게 그의 밥벌이를 중단시키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과 제임스는 함께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함께 이겨나갈 힘이 서로에게 생겼으므로. 이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구석구석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