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양이, 밤고양이
김수지.정미애 지음 / 살롱드수지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굳이 따져보자면 나는 "밤고양이"다. 고양이를 집에서 4마리나 키우고 있고, 정기적으로 밥을 챙겨주는 길고양이 몇마리가 있긴 하지만 거창하게 캣맘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잘한 일이 없기에 그냥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집사일 뿐이다. 집고양이의 경우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키우고 있음을 밝히고 있지만 길고양이의 경우 남들 눈을 피해 살짝살짝씩 밥을 주고 있는 그런 밤고양이 캣집사.

 

이웃간의 분쟁에 휩싸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더 큰 이유는 살기 위해서 고픈 배를 채우러 오는 고양이가 매일 같은 장소에 왔다가 변을 당하는 일을 겪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늘 내가 밥 주는 장소에 왔을 뿐인데 못된 이웃의 장난감이 되거나 놀잇감 혹은 생명을 빼앗기를 일을 당하게 될까봐 늘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하다. 세상에서 그 누구도 "배고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낮고양이 밤고양이]에 실린 그녀들의 마음과 동일한데 세상인심은 그 기본적인 마음가짐조차 똑같지 않은 모양이다.

 

낮고양이 그녀는 회사원이다. 따로 가방을 챙겨다니진 않지만 이미 그녀가 캣맘인 것을 다 알고 있기에 출근길에, 퇴근길에 하루 2번씩 살뜰하게 동네 고양이들을 챙기고 있다. 큰 택배로 회사로 받고 블로그에서도 이미 유명해져서 작은 후원들도 받아가며 고양이들을 챙기는 그녀. 무엇보다 분쟁없이 동네 고양이들을 살뜰하게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물론 다 그녀가 노력으로 이루어온 결과물들이지만.

 

반면에 밤고양이의 가방은 무겁다. 남들 눈을 피해 고양이들을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고양이들을 위한 여분의 간식하며, 늘 챙기는 고양이들을 위한 정기적인 사료와 물, 간식까지 가득 넣다보면 가방은 언제나 무거워진다. 남모를 가방을 갖고 출근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캣맘으로 변신한다. 마치 해가 지면 변하는 캣우먼처럼.

 

낮고양이는 슈퍼맨갖고 밤고양이는 캣우먼 같지만 그녀들이 있어 세상 어느 지역의 고양이들은 오늘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을 지 모른다. 하늘이 맑다. 이 맑은 하늘 아래서 오늘 배고파 죽는 생명이 없기를-. 집 안에서 만져달라고 자다깨서 오는 내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주며 밖의 고양이들의 생사까지 함께 걱정하게 된 것은 어쩌면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이 전해준 온기 때문인지도 모르곘다. 생명에 관한 일인데 우리는 어쩌면 너무 이기적으로 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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