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7년의 밤] 이후,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 첫문장부터 사로잡았던 필력이 그리웠기도 했고, 단 한 권으로 완전체였던 작품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때문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대박이었다.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기술하지 않으면서도 반전의 극대화를 위해서 이야기를 뒤집어놓은 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늘어놓고 적당히 조합해가며 영리하게 독자의 구미를 당기고 밀며 연애의 기술에 통달한 달인처럼 굴었다.

감칠맛. 책을 읽는 내내 느낌 허기는 감칠맛으로 인해 극대화 되었고 때로는 안도로, 때로는 분노로 얼룩져가면서 [28]은 진하게 감정을 우려내게 만들었다. 인간이기에 부끄러웠고 그 비겁함 때문에 미안해졌으며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진 가족을 바라보면서 분노로 밤을 지새야했다. 처음부터 말하자면,

박동해는 개백정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배신하기도 하고 도덕적으로는 해선 안되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반해 동해는 철저히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 타생명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아버지의 개를 학대했고, 군에 현역 입대 해서는 12개월 동안 군견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바람에 공익전환 되었다. 그것이 문제를 크게 만든 시발점이 되엇다. 인격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사회와 격리 되어져야 했는데, 군도, 가족도 이를 가벼이 처리해 버린 것이다. 그것이 해가 되어 많은 사람들과 죄없는 개들이 죽어나갔다.

한 순간 비겁했던 서재형은 속죄를 위해 살고 있다. 그런 그의 눈에 개를 학대하는 박동해는 개만도 못한 인간이었다.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개들이 사살되고 생매장 되는 현장에서 동해와 마주친 일은 그래서 그 어떤 일보다 섬찟한 일이었다. 빨간 눈 증상으로 100% 치사율로 치를 떨게 만든 병의 공포나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봉쇄하고 개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권력의 힘만큼이나 무서운 개인의 광기. 그리고 처음에는 동해의 제보로 잘못된 기사를 올렸다가 재형의 뜻과 그를 함께 사랑하게 되어 버린 김윤주 기자까지.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행복한 인간은 이 책 속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119 구조대의 한기준조차 인간성을 상실하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과히 한국 문학 최고의 기대작이라 불릴만 했다. 오래 기다린만큼 발효되고 묵혀져 그 맛이 진해진 자연식품처럼 오랜만에 만난 정유정 작가의 후속작은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