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 앞만 보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인간에게 던지는 유쾌한 돌직구
안드레아스 슐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고양이을 반려동물로 들이면서 세상 모든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집사가 되었다. 그래서 어딜가나 요즘은 "고양이 키우시죠?"라는 이야기를 듣고만다. 티가 나나보다.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나 되는 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귀찮기 보다는 더 많은 행복과 만족감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하고 끝맺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여유로워졌으며 또한 그 어느때보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귀하게 여기며 좀 더 좋은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느날 한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양이와 함께 하다보니 동물농장을 본방사수하는 것은 기본이요, 예쁜 캐릭터 용품 중에 고양이와 관련된 것들은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또한 고양이 관련서적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다 읽어봐야 한다. 다행스러운 일은 집사로 살아가는 대다수가 그렇다는 거다. 나 혼자만 고양이 앓이를 앓고 있는 중은 아니었으니, 약간은 안심이 된다.

그래서 또 한 권의 고양이 서적을 집어들고야 말았으니 [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철학에 관한 이야기도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루푸스가 전하는 유쾌한 돌직구는 세상을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잠꾸러기, 우아한, 신중한, 행복한, 만족한, 애교쟁이, 방랑자 고양이 루푸스. 그는 7킬로그램의 다소 무거움직한 몸집의 호기심 많은 고양이다. 수다스러우며 인간사에 관심이 많아 슐리퍼씨 집에 자발적으로 들어온 업둥이인데 그로 인해 슐리퍼씨는 고양이가 말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루푸스는 말했다. 윤년의 크리스마스 이브엔 일요일에 태어난 인간들은 동물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윤년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일요일에 탄생하지도 못한 나는 얼마나 슐리퍼씨가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원래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는 길들여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동물이 인간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슐리퍼씨가 특별한 존재였던 것일까.

이성적이고 유익한 일만 하고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루푸스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힐링 그 자체였다. 욕심많고 빠른 것에 길들여진 인간에게 이 이상의 힐링타임이 존재할까. 순간을 잡아요, 오늘은 두번 다시 오지 않아요. 라는 충고는 가슴 가득 울림으로 다가오고 자기 자신 그 이상이 될 필요는 없다 는 충고는 내 스스로를 들볶는 일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내가 나여도 좋을까? 항상 의문스러웠는데 루푸스는 그 답을 전해왔다. 그래도 된다고. 그래도 좋다고. 그래서 나 역시 고양이의 답을 전해들었다. 슐리퍼씨 집에 어느날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