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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직 상점 - 상 - 한국 자본주의의 첫발을 떼다
박상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7월
평점 :
현대나 삼성에 대해서는 드라마나 책을 통해 많이 읽혀져 왔지만 두산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야구 외에는 알고 있는 정보가 없었다. 그런 두산이 백년의 역사를 이어왔으며 최장수 기업이라는 사실을 [박승직 상점]을 통해 알게 되었다. 1881년, 채 스물이 안된 어린 박승직은 거부의 아들로 태어난 인물이 아니었다. 그의 아비는 사또의 논과 밭을 경작하는 자였고 그런 아비의 운명을 되물림 받기 싫었던 승직은 열일곱의 나이로 가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석유 행상을 나가 돈을 벌어 본 경험을 뒤로 하고 아비에서 잡혀 와서는 해남으로 향해야했다.
자신과 다른 삶을 꿈꾸는 아들을 지켜봐야하는 아비의 마음. 승직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은 뒤로 한 채 신관 사또 민영완을 따라 나섰고 그의 책실이 되어 3년 이라는 세월을 함께 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놓여져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세상이 변해감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민영완이 그를 떠나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승직이 태어나던 해는 고종이 즉위한 해라고 했다. 1864년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이었던 재황이 고종이 되고 대원군과 안동 김씨, 프랑스 함대로 인해 발생된 병인양요, 일본의 야욕이 시작된 강화도 조약까지...태어난 시절이 너무나 수상하고 기구한 시절이라 큰 형인 승완, 둘째인 승기까지 그 기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한양에서 장사를 시작한 큰 형, 승직이 모아둔 돈으로 장사를 시작했던 형으로부터 자신의 돈 삼백냥을 되돌려 받고 무슨 장사를 시작할까 고민하던 그는 어떤 상인이 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기개와 지조가 남다르다는 개성상인과 괴상스럽다는 야살꾼, 거드름을 피우는 거드름쟁이, 암팡스러운 부라퀴, 심술궂은 몽니쟁이,악착같이 구는 악바리, 모사꾼인 야바위꾼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상인들의 모습들이 있었으니 그들 중 하나로 살 것인지 상도를 지켜가며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석유를 팔게 도와주었던 옛 행수는 그에게 말했다. 매판자본이나 매점매석이야말로 가장 비열한 상술이며 바른 상인의 모습으로 이 땅에 서야한다고 충고했다.
첫째, 근검절약을, 둘째, 정직과 믿음, 셋째, 협력과 동료 우선, 넷째, 상기(기회의 포착과 발굴), 다섯째, 권력과의 일정한 거리 유지. 이 다섯가지가 철저히 지켜나가야 큰 상인이 될 수 있음을 행수로 부터 전해들은 박승직은 포목이라는 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른두 살이 되던 1896년에 그는 박승직 상점의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부지런히 꾀를 부리지 않고 묵묵히 준비해온 결과였다. 15년 이라는 세월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변화무쌍한 시절이 그에게 다르게 살 기회를 제공했다. 영웅은 난세에 나고 전쟁통에도 망하는 사람,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던가. 후자에 속하는 그는 노력과 운이 함께 한 사람이었다. 성공한 사람의 뒷길을 보면 그들은 모두 근면 성실했지만 바꾸어 말하면 근면 성실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 최초의 근대 기업가였던 박승직은 운 좋은 사람이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경영을 책으로 배우고 학업으로 배우는 요즘의 우리들과 달리 그는 세상의 풍파를 맞아가며 세상 속에서 경영이라는 그만의 역사서를 써 왔던 것이다.
두산이라는 그룹은 곰, 야구 외엔 잘 몰랐던 기업이었지만 근대화와 더불어 백년의 역사를 함께 해 왔다니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털어놓을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리라 생각된다. 드라마나 책을 통해서 더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이 내보여지기를 기대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