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텐 영화단 사계절 1318 문고 85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어른이라고 해서 다를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것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잘 숨기는 법을 아는 쪽이나 서툰쪽이나 인생 앞에서는 아주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래서 박차고 나가고 싶으면서도 회사나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불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닌자걸스],[하이킹 걸스]를 쓴 김혜정 작가의 신작 [텐텐 영화단] 속 학생들은 과감히 그 틀을 벗어나 있다.

 

카메라 담당인 조나단, 키가 187센티미터인 감독 지망생 영운, 유투브에 올린 영상으로 이슈 메이커가 된 한빛, 우울증으로 학교까지 자퇴한 채 시나리오 부분에 지원한 소미, 인터넷에서 얼짱스타인 다울까지 단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뭉쳤다. 러닝타임 20분 이내의 영화를 만드는 청소년들을 다큐형식으로 찍어나가는 어른들. [텐텐 영화단]에 모인 이유들은 다들 달랐지만 앞으로 자신들이 만들어나갈 세계에 대한 희망으로 꽉차 있던 그 아이들에게 세상은 또 한번 시련을 던져 주었다.

 

p97. 학교 그만둔 거, 과연 잘한 걸까?

 

세 개의 시나리오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해내기로 한 텐텐 영화단,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원하고 서로 뭉치게 되었지만 소미는 계속 생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학교를 그만 둔 일은 잘한 일일까? 텐텐 영화단에서 활동하게 된 일은 잘한 선택일까? 하고.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죄의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약을 입에 털어넣게 된 소미. 결국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고 말았지만 삶을 포기하기 보다는 멈추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고 해보고 싶어 텐텐 영화단에 지원했지만 뽑힌 아이들은 각각 대단한 이력을 가진 아이들이었고 그에 비해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것이 없는 듯한 자신의 현재 모습에 실망과 불안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 즈음해서....

 

다울이의 본명과 과거가 밝혀졌다. 신상털기를 당한 것이었다.

 

p194  우선은 잘할 수 있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

잘할 수 있는 일은 언젠가 하게 되지만 좋아하는 일은 나이가 들면 못하거든

 

고민에 대해 아빠가 산뜻하게 해주었던 답변 역시 이 앞에서는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서로에게 어느때보다 믿음을 실어주며 영화를 완성해나갔다. 목적을 가지고 함께 모인 친구들에게서 얻게 되는 위안. 비슷한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오래된 친구들보다 더 나을 수 있음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아픔과 상처를 꼬매가며 아이들은 또 성장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이야기를 더 재미난 이야기로 완성해나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힘을 얻게 하는 건강한 소설. 이런 이유로 나는 김혜정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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