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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혼 - 하 - 무애가
이지환 지음 / 신영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미워하는 마음의 끝보다 사모하는 마음의 끝을 더 기대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세결과 은리의 사랑에 곁가지처럼 엮여 헤어져야했던 정영과 무렴의 사랑의 결말이 [국혼(하)]에 담겨 있다. 가문을 몰살시킨 범인을 찾아내고 그 복수를 위해 나라를 움직인 은리와 무렴. 혈첩단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웠던 그들이었으나 황궁을 뒤집고도 연인들은 살아남았다.
물론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황제가 궁을 비우는 틈을 타 어둠의 무리들은 은리에게서 아들을 빼앗고 정영의 욕심을 부추겼다. 이 모든 일이 무렴이 십년이나 기다렸던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삭의 임산부였던 형수의 배를 갈라 태어나지도 못한 조카의 목까지 쳐냈던 원수를 담부를 대표해서 응징해냈다. 참을 수 없는 순간조차 참아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맞이한 복수의 순간이었다.
제홍 역시 그러했다. 황제의 자리를 탐내 어미를 죽이고 형제인 자신을 밀어내며 그 자리를 차지한 누이 영소. 천제 영소는 죄 앞에서도 사죄하는 바 없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치워오며 오른 자리에 대한 자부심과 욕심을 한껏 드러내며 목숨의 그 끝도 스스로 선택했다. 파멸의 순간을 선택했던 그녀의 욕심. 담담하게 불속으로 뛰어든 그녀의 말로는 통쾌하기 보다는 힘빠지고 허망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남자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은리가 아들을 빼앗긴 채 가월궁에 유폐당했다는 전갈이었다. 황후의 아비 설거와 광친왕의 모의, 그리고 혈첩단의 단주 여윤악. 은밀하게 진행되었던 사악한 무리들의 야욕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권선징악. 어쩌면 너무 시시한 이 결말이 로맨스 소설 속에서는 바람직한 결말이 되어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인들이 다시 만나 평생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 독자들의 그 마음을 담아 내었기에 그 달달함이 독이 되지 않고 약이 되는 것을 [국혼]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세결과 은리가 행복한 해후를 맞이했고 무렴의 변을 전해들은 정영은 자결을 택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어내야 이들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정영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어떤 비밀을 간직했는지. 그리고 완전히 어둠 속으로 묻힌 이야기 속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국혼]은 마지막 반전까지 읽어야 완벽하게 읽었다 말할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