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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하
비연 지음 / 신영미디어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 다음 생에서는 절대로 만나지 말자
그렇게 말해야할만큼 그들의 인연이 악연이었는지는 끝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준호의 연인이었던 유채는 다시 그와 만나게 되었지만 이미 그녀는 류신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되돌릴 수 없는 인연은 악연일까. 숙명일까. 야쿠자들 사이에서는 잔혹한 인간으로 알려져 있던 류신에게 이런 로맨틱한 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유채에겐 다정한 사내였다.
스즈키 류신의 히메, 메두사. 메두사는 신화 속 괴물로 머리는 구불구불한 뱀으로 구성되어져 있고 그녀의 눈을 보면 그 어떤 용사도 돌로 변하고 만다는 전설 속 괴물이다. 그런 메두사라는 별명이 유채에게 붙여진 것은 그녀의 눈을 보지 못하게 류신이 가려놓은데서 비롯되었다.
이미 한 여자를 품었으나 조직은 그에게 유리한 정략결혼을 제시했고 본가의 결정에 반대를 던질 수 없는 류신의 입지를 두고 야마구치의 오야붕인 다케다 신지는 유채와 일대일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여자의 몸으로 사무라이의 덕목을 논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뼛속까지 가부장적이고 사무라이적인 마초남, 겐니치. 야쿠자와 사무라이를 동일시 하는 그에게 유채의 발언은 발칙함 그 자체였고 때로는 희생이 필요한 것이 사람의 감정이라며 그녀가 물러나기를 원했다.
야쿠자. 일본의 깡패집단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본래의 그 말뜻은 도박용어라고 했다.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쓰인 카드 중 3장을 뽑아 그 수가 9가 되면 최고, 20이 나오면 최악인 게임에서 가장 좋지 못한 패를 고르는 일을 야쿠사라고 하는데 그 수는 각각 8,9,3이었다. 따라서 야쿠자는 사무라이처럼 무사라는 뜻이 아니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쓸모 없기에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말한 이가 류신이었다. 그래서 오야붕은 그에게 조직의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류신을 한 여자가 망치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채 확인하기도 전에 그들 사이를 많은 사건들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랑을 확인했고 가정을 이루었다. 격하게 사랑했던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그래도 [기란]이 주는 달달함을 이기지 못했으니, 제발 다음 권에서는 기란만큼 마음을 훔칠 멋진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