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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정원
김다은 지음 / 곰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명당 중의 명당이면서 흉지 중의 흉지
가 존재할까. 동전의 양면처럼, 명도의 칼날처럼 양면성을 지닌 땅이 있을까. 지관과 역관들이 등장하던 드라마 [풍수]를 재미나게 봤으나 풍수는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졌다. 재미있게 보이면서도 어려운 풍수. 한 유명한 지관이 낸 책을 읽으면서 그가 살아 있을 때 만나보았으면 좋았을 법 했다...라는 아쉬움이 약간 들기는 했어도 귀신을 보고 기운을 골라내는 그들의 재주는 평범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기에 특별하면서도 약간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지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금지된 정원]이다. 문화정책을 펼치려는 일본은 조선을 속국화 하기 위해서 경복궁 내에 총독관저를 지으려 했다. 조선 총독으로 부임한 아들에게 그 어미는 콘스탄티누스 1세가 꿈으로 계시를 받은 일화를 전하며 조선이 대일본제국의 속국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는데 초석이 되길 바라는 당부로 이야기를 열었다.
반면 조선 최고의 풍수사 김지관은 역시 지관이었던 아비로부터 명당자리 찾는 법을 배우며 자라났다. 왕조의 명운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아비는 일본의 풍수에 대한 배척이 점점 심해지자 그만 입을 다물고 미쳐 버렸다. 양기가 가득한 중국과 음기가 가득한 조선에 비해 짝사랑하는 제 삼자격인 일본에 의해 명토가 더럽혀 지는 것에 대해 분기탱천했던 것이다. 그래서 풍수가 배척되는 시국 속에서도 아들에게 그 비책을 남겼으며 그는 경복궁의 금원, 즉 금지된 정원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경복궁을 둘러싼 음모론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미 소설화 되었거나 영화화 된 것도 있고 여러 책들을 통해 그 미스터리함을 털린 이야기들도 몇가지나 된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군자금으로 비축해 두었다던 대원군의 금궤에 관한 소문일 것이다. 대원군의 금궤, 혹은 고종의 금궤로 알려진 그 어마어마한 양의 돈은 행방이 묘연해 여러가지 설과 추측만 낳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금궤만큼이나 독특한 것이 금원데 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겠다. 금원이라니....! 명당 중의 명당이 경복궁 내에 존재한다는 것도 금시 초문이었으나 이를 일본이 알고 그 땅에 자신들의 건물을 지어 그 맥을 차단하고자 했다니......일본이 새삼 다시 미워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총독부로부터 태항아리를 수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하루키는 이왕의 태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충남 흥성군 구항면 태봉리에 도착하니 순종 태실의 위치가 기대와 달랐으며 태실 속에서 아랫도리가 없는 여인의 사체가 나왔다. 잠자리를 하던 일본인이 복상사로 죽어 나가고 최고의 명기라는 이름을 얻게 된 명원이라는 기생의 자궁이 포르말린 속에 담겨 표본화 된 채 일본 연구원들의 눈요깃감이 되어 있던 즈음해서 였다.
조선의 땅이 유린되고, 여인들이 함부로 다루어지는 가운데 명당은 지켜졌다. 총독관저를 경복궁 밖으로 내 몰았던 것이다. 명당 중의 명당이면서 흉지 중의 흉지인 금원으로-. 명당 자리를 두고 김지관의 아비는 묘도라는 표현을 남겼다. 이는 산 자에게는 명당자리이나 그 주인없이 객이 머물게 되면 흉지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는 그 땅을 일본에 내어주었던 것이다.
일본에 의해 국토 곳곳에 못이 박히고 문화재가 약탈 당했으며 장인들이 수차례 끌려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은 오고야 말았으나 그 손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깝지 않을 수 없었다. 부러움이 있어 행한 약탈이었겠지만 이런 소설을 볼때마다 잃어버린 것들이 떠올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