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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 코덱스
마티 프리드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글로세움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파울로 코엘료가 극찬했다는 책은 소설이 아니었다.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질뻔한 고대 성경 사본을 둘러싼 실화서였다. "사해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한 면이 3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단은 28줄로 이루어져 있으며 본문 외에도 주석이 달려 있는 책이 바로 '알레포 코덱스"라 불리는 성경이었다. 인간이 기록한 거룩한 신의 이야기는 930년경 티베리아스에서 필경사 벤버야아가 알레포 코덱스를 완성했다고 한다. 11세기초 예루살렘 크라이트파 회당에 헌정된 후 십자군에게 약탈당했다가 필사본이 600년 동안 시리아 알레포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위대한 책은 1947년 폭동으로 소실 될 뻔 했다가 무사히 구출(?)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200여쪽이 유실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1952년까지는 온전한 상태였으나 1958년 사이 유실된 페이지들은 코덱스를 지키던 이들이 훔쳐간 것으로 보인다니.....그 유실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훔쳐간 이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어찌보면 더 슬픈 일이 아닐까 싶다.
"침묵의 음모"라고까지 불리는 이 비밀을 풀어보고자 1989년 이스라엘 공영방송 채널인 1TV 에서는 알레포 왕관 낙장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편성해서 낙장의 미스터리를 풀어보고자 했으나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1986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으로 책을 이송하여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창세기부터 역대기까지 똑같은 필체로 적혀 그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알레포 코덱스".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이 또한 사람의 손에 의해 사라지게 되었으니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이 범죄는 공공의 소유에 대한 도덕적 개념이 사라진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잠시 숙연해 졌다.
1952년과 1958년, 그 6년 사이에 왕관에 손을 댄 사람 모두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그 범인이 한 명인지 여러명인지조차 알길이 없는 가운데, 모사드 조차 알아내지 못한 이 비밀을 뒤로 하고, 이 책의 원 취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다. 후손에게 전하는 일. 신의 가르침을 알리는 일. 애초 성경은 이 목적으로 완성되었을 것이나 돈 혹은 소유욕을 드러낸 인간의 욕심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위대한 책에 흠집을 내게 이르렀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으나 그 인간으로 인해 유실될뻔한 유물. 세계 곳곳을 돌아보면 비단 알레포 코덱스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랴 만은 알레포 코덱스를 읽으며 묘하게 몇년 전 소실된 우리의 소중한 남대문이 자꾸만 떠올려졌다. 우리 역시 지키지 못했던 선조의 유산이 있었으니...이 역시 삐뚤어진 인간으로 인한 소설이었기에 그 당시 뉴스를 보면서 식구들 모두 눈물을 글썽댔던 기억이 떠올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