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향(2)

암향 2 - 완결 ㅣ 암향 2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7월

아비를 알 수 없던 천한 핏줄이 실은 가장 고귀한 혈통이었다. 형인 줄 알았던 황제가 자신의 아비였으니 이는 아비의 입장에서는 패륜일망정 사륜의 입장에서는 고귀한 혈통을 되찾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유언은 그를 향해 있었으니 조나라의 황제가 되더라도 아무도 그를 막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조력자로 남기를 원했다. 암투가 난무한 황가의 삶을 예아에게 짊어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예친왕가에서 예아와 여생을 보내기를 희망했던 사륜은 황제가 붕어하자 현비의 아들을 내세우고 대리청정에 나섰다. 이에 현비는 예아에게 딸을 낳으면 황후로 봉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대책없는 말괄량이로 태어난 그 딸은 입버릇처럼 황후를 달고 살게 되었다. 아들과 딸. 예친왕가는 그렇게 화목하게 가꾸어졌다. 비록 적국의 두 남녀가 만나 이룬 가정이었지만.

그들만 사랑을 찾게 된 것이 아니었다. 황제에게서 신하에게로 내려진 조비. 너무나 아름답고 똑똑해서 이 남자, 저 남자를 거쳐야했던 그녀 또한 예하처럼 첩자였다. 보이지 않도록 다리 뒤에 글자가 새겨져 그 똑똑함을 어눌함으로 가리고 살아야하던 여인. 그런 여인이 한 남자를 품에 품게 되어 그를 위해 내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아주 아름다운 딸이 태어났다. 조비와 무일 사이에도 이렇듯 사랑이 싹터 나가고 있었다.

몇번의 고비와 유혹은 있었으나 작가 비연의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들의 사랑 앞에서는 강했다. 배신이 난무한 상황 속에서 그 믿음을 더 굳건히 하며 세월을 이겨냈으니 이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라 기쁜 마음으로 읽고 또 읽게 만든다.

믿을 이유가 없음에도 믿게 만드는 것. 주인공들에게 그 미션을 부여하며 작가는 동양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 속에서 그 인기를 최고로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란]이 황실 속에서의 암투로 숨막히게 독자를 몰아갔다면 [암향]은 그 언저리 속에서 더 치열하게 살아남아야하는 사람들의 이유와 항변을 담아내고 있다.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에게도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는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 그를 이 소설 속에서 찾아내고 있고 그 결말이 행복한 것이라 더 뿌듯한 마음으로 2권의 책장을 덮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데 희망이 필요하다. 소소하지만 로맨스 소설 속에서 그 달달함을 벗삼아 나는 오늘도 한 줄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