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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 5만 시간의 연구 끝에 밝혀진 31가지 마음의 비밀
스티븐 그로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2개의 지위를 가지고 살아가는 남자, 피터....
피터는 친구와 갑작스레 의절하거나 상사와 갑자기 다투고 퇴사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했다. 그 일이 반복되자 저자를 찾아왔는데 영국 최고의 정신분석가인 스티븐 그로스는 그런 피터를 두고 2개의 심리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2개의 심리적 지위. 이는 다중인격이나 이중인격과는 구별되어 보였는데, 모든 일에 묵인하는 자아와 분노하는 자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살아가면서 피터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피터 자신으로 살아간다. 다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관계정리를 하거나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지나치게 화를 내어 버리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스티븐은 상담 도중 그가 자살했다라는 약혼녀의 연락을 받고 조의를 표했는데, 6개월 후, 피터로 부터 육성 녹음된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저 살아있어요"라고. 갑자기 심리서가 공포물이 되는 순간이다!!! 그는 과연 살아 있는 것일까? 왜 그는 죽음을 가장했던 것일까. 여기서 스티븐은 피터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충격을 주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으로 판단하는데 5만시간의 상담과 연구를 거듭한 속에서 추려낸 예시 속 환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상처받았다고 모두 그들처럼 아프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세상에는 이들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도 상담은 커녕 꾹꾹 누르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로 인해 상처 받는 일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고통 받은 일들이 이들의 일상을 무참히 부셔 버렸는데, 뭐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에게 털어놓으면서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고 감정을 잘 컨트롤하게 되어 치료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 속에 감추어진 상처를 평생 혼자 지고 있다가는 언젠가는 곪아 터져 버리게 되는 것이 비단 신체적 상처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들이 병들면 결국 그 사회 전체가 병으로 물들기 마련이다. 물론 조금도 참지 못하고 감내나 인내를 멀리하며 사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만 단절이 아닌 소통을 열어둠으로써 풀어가고 치유하다보면 변화되는 삶을 살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이다. 작은 희망. 바로 이것을 책 속에서 발견해내고 있다.
프로이트의 <꿍의 해석>과 비견되고 있는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는 어려운 정신분석학 도서가 아니다. 전문적인 용어의 풀이나 설명보다는 자신이 만나왔던 환자들의 사례 속에서 그들이 방치한 삶이 어떻게 흘러가며 치유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 보여주고만 있다. 그리고 치유와 치료는 건강한 삶을 위한 방편이요, 도구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칭찬보다는 곁에 있어주는 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드높여준다고 했던가. 25년간 5만 시간을 들여 300페이지나 되는 책을 편찬해 내면서 스티븐 그로스는 31가지 마음의 비밀을 열어두고 있지만 해결해 나가는 방법 역시 같이 제시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을 찾게 만든다. 자신만의 마음 속에 담겨진 이야기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살짝 그 입구를 열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