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가 있다. 십 몇년을 독거 노총각으로 살아온 김제동 같은 남자도 아니고, 사랑을 잃고 몸부림치는 영화속 주인공도 아니다. 그는 알랭 드 보통이 십칠 년 만에 쓴 새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결혼해서 사랑하는 아내를 곁에 둔 남자, 벤. 헬렌  빌이라는 여자를 짝사랑했지만 결국 제대로 이야기한 번 나눠보지 못한 채 보내야만 했고 첼리스트 클레어, 캐셔 베스, 친구의 여동생 레이첼,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여인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을 두루 거치고 나서야 엘로이즈와 결혼하기에 이르렀다.

 

런던 북구 근교에 사는 중산층 사내. 두 아이를 양육 중인 벤은 엘로이즈와 여전히 부부침대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작년만 하더라도 일년 동안 여섯번의 잠자리만 할 정도로 섹스리스의 부부 상태다. 욕망이 시든 것도 아니고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들 부부는 섹스를 거르고 있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게 되는 벤 부부의 사생활. 사랑이 결혼으로 완성되었으나 일상이 된 그들의 사랑은 변질되어 버렸고 그것이 평범함이려니 하면서 살아가면서도 벤의 가슴 한 구석은 허전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그 어떤 공포보다 무섭고 그 어떤 소설보다 슬픈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사랑이 일상이 되는 슬픔. 알랭 드 보통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느 그래서 우울하면서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책을 접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달콤함을 기대했던 내게 이 책은 약간의 쓸쓸함을 더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이야기가 희망적인 답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남자들에 대해서는 좀 불공평했다면서.

 

남자들이 얼마나 쉽게 사랑에 빠지고 또 쉽게 긿증내는지를 깨달았다는 그는 "오래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소설 속에서 목매는 듯한 열정적인 사랑이 지나고 나서도 사랑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아야하는지 알려주고 싶어했던 것이 아닐까. 일상에 묻혀 버린 사랑 속에서도 살아가야할 해답을 찾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한 남자가 기억하는 사랑은 이토록 한 여자가 기억하는 사랑과 다른 것일까.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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