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2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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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 내에서 이만큼 얽히고 섥히며 작의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가 세상에 또 존재할 수 있을까. 갖은 양념을 다 갖다 부어놓은 듯한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2)]은 세상에는 부와 명예를 안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한 집안 내의 콩가루 가계도를 극명히 보여주며 장장 19년을 끌어온 살인사건을 종결시켜버렸다. 그리고 한 뛰어난 탐정까지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19년이라는 세월. 잊혀지고 모듬어지면 좋으련만 피의 솟구침을 주체할 수 없었던 객기어린 청년기의 남녀로 인해 건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의 미래가 망가져버렸다. 그 비밀의 판도라 상자를 사진관을 운영하던 혼조가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비밀을 빌미삼아 야금야금 재벌가에 기생하며 살아왔던 그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아자 기묘하게도 19년 전 의뢰를 맡겼던 긴다이치에게 다시 찾아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키치는 살해당했고 살인사건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역시 탐정사무소를 열어 성업중이던 도도로키 경부와 함께 호겐가의 비밀을 밝히던 긴다이치 앞에 던져진 것은 한 가문의 수치스런 비밀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한 한 단면이었고 이에 치를 떤 그는 홀연히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끝이 날 수도 있구나 싶어졌지만 그래도 홈즈의 부활이 있었던 것처럼 긴다이치의 부활을 가슴 속에 품어보게 되는 건 그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인 하나같이 너무나 재미났기 때문이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라는 이름은 이미 사망명부에 올라 있는 이름이다. 1975년에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을 발표했을 정도니 그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미 81년에 세상을 하직한 추리소설가의 작품 속 주인공을 되살리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스토리텔러였던 그 이기에 죽음조차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작가 생떽쥐페리가 비행중 실종되어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같이 긴다이치도 어딘가에서 그 더벅머리를 긁으며 새로운 사건을 파헤치고 있을 것만 같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잘린 머리의 저주.

그것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세상에 드러내면서도 한 가계도 안의 인간들이 서로를 어떻게 잠식시키고 오해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잔혹한 스토리였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질서를 잡아아고 바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한 이들도 있었으니 세상은 이런 이들로 인해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희망적인 이야기임을 알려주는 노력또한 빠지지 않아 소설이 그저 온통 검은 색 투성이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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