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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용을 보여 주는 거울 - 첫사랑을 위한 테라피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5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5월
평점 :
나는 아름다운 것이 필요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아름다운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
는 문장이 마음 속을 파고든다. 아름다운 것이 필요한 시기. 그 시기를 살고 있으면서도 위안이 되는 것들의 아름다운에 대해 필요성을 생각해 본 일은 없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다가와 위로받고 있었으므로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내게 필요한 시기를 살고 있음을 알려준 문장이 마르탱 파주의 [숨은 용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이야기였다.
얇고 예쁜 책. 마르탱의 책이 주는 첫인상은 그러했다. 작은 문고판인데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으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오트밀 색으로 마감되어 있는 책이어서 얼른 친구에게 찍어 카톡으로 전송했다. 친구 역시 열광했다. 딱딱한 책들을 벗어나 오랜만에 예쁜 책과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책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마르탱에게는 슬픈 일만 일어났다. 엄마가 죽고 개도 죽고 좋아하던 마리에게는 고백을 받았지만 머뭇거리는 사이에 캔슬나 버렸다. 사랑이 캔슬나 버리다니.....! 어린 나이에도 겹쳐오는 나쁜 일에 정신이 없을만도 했다. 게다가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인 아빠는 의사지만 잠옷을 입고 환자를 보는 등. 특이한 행동을 하다보니 고정환자도 얼마 없는 듯 했다. 열네살의 인생이 이토록 괴로움이 가득하다니....마르탱이 "상상의 세상"을 찾는 일도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고통과 마주하거나 그 고통을 외면해야만 하는데, 마르탱에게는 그 어느 쪽도 선택이 쉽지 않은 일이 었다.
아빠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실패한 첫사랑의 아픔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마르탱. 스스로를 "집에서는 언제나 유쾌하고 불평하지 않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아이인 그는 불행하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열 네살. 그 나이에 나는 어떤 생각들을 머릿속에 채우고 있었을까. 이만큼 어른스럽고 조심스러운 아이였을까. 아마 마르탱보다 철딱서니 없었던 것 같다. 어리광쟁이에, 감정을 숨기지 못한 그런 아이. 그에 비해 마르탱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슬픔을 삼겨버렸다. 또한 사랑의 슬픈마저도 "헛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속담이지만 마르탱은 상실 속에서도 "성장점"을 찾아냈다. 역자의 말처럼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살 수 없을 바에야 상실마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어야만 하니까. 우리는-, 짧은 동화는 가르치지 않아서 좋았다. 또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잣대를 재지 않아서 편했다. 그래서 쉽게 읽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