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 소설
혜경 지음, 최종훈 원작 / 걸리버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언맨 3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한 예고편을 보고 꽂혀 버렸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열심히 시청했으나 특별히 배우 김수현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웹툰에 꽂혀 사는 이도 아니었으니 나를 매료시킨 것은 스토리텔링 그 자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제목부터 무거웠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아직 개봉전이지만 그 궁금증 때문에 웹툰을 열게 만들었고 중반정도까지 무료 열람이 가능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유료 열람이라 그냥 궁금한 채로 영화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더랬다. 하지만 영화 상영을 두고 책이 먼저 출판된다기에 얼른 서둘러 구해 보았고 역시 웹툰은 웹툰의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좋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흔히 원작이 영화화 될때는 그 원작에 비해 영상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가 다수의 경우다. 이유는 영상은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만 활자는 그 대상의 심리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독자의 머릿 속에 다양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글의 공간이 개인의 공간화 되는 것을 도모하게끔하는데 웹툰은 이와 달리 이미 영상화되어 있고 심리화 되어있기 때문에 영화로 옮겨졌을때 얼만큼 싱크로율이 되는 가에 따라 실망과 공감이 결정되는 것이다.

 

  100%의 싱크로율. 먼저 예고편을 본 나도, 웹툰 매니아인 친구 "자매님"에게도 이 작품은 싱크로율 100%의 작품이었다. 본편을 다 보지 못했지만 예고편만으로도 무한한 기대와 만족감을 주는 영화. 그런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결말이 궁금했지만 꾹 참고 읽어나가 순차적으로 결말을 확인한 소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인민공화국 최고의 전사 원류환이 북의 지령을 받고 남한으로 숨어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달동네에 쓰러졌다가 슈퍼집 할매에게 구해져 "슈퍼집 바보"로 2년 째 잠입생활 중인 류환.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서 간첩이 주는 살기 보다는 동네 바보가 전하는 띨띨함과 편안함을 받으며 그를 동네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먼저 내려와 있던 우편 배달부 서씨가 납북되고 그 자리에 당간부의 아들인 이해랑이 내려오고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류환을 롤모델로 삼았던 해진이 내려오면서 꽃미남 간첩 3총사는 동네를 접수하기에 이르른다. 비록 겉모습은 "슈퍼집 바보, 동구"지만 그는 왕따를 당하는 동네 청소년을 돕고, 없는 살림에 동생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 여성을 찝적대는 못된 아저씨를 응징하고, 나약한 할매를 협박하는 폭력배들을 처단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동네를 지키는 영웅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비록 여자 속옷을 걸치고 나타나 "변태"로 오인 받았을 망정-.

 

 슈퍼집 바보가 동네지킴이가 되어가던 어느날 정권이 바뀐 북측에서 드디어 지령이 내려왔다. "자결하라"는 명령이. 조국통일을 위해 쓰이고자 했던 그들에게 하달된 명령은 너무나 터무니 없는 것이어서 그들이 채 승복하지 않는 사이, 북에서는 그들을 처단하기 위한 밀사가 급파되고, 납북된 줄 알았던 우편 배달부 서씨의 뒤통수칠 반전 신분이 밝혀질 후반부까지 다 읽고 나서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겨졌다. 더 이어져도 좋을 이야기.....더 알고 싶은 이야기....더 보고 싶은 이야기.....가 2권, 3권으로 나와줄 것만 같아서.

 

  입이 찢겨져 죽은 "이승복 어린이"의 반공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서 그런지 간첩이라고 하면 무서운 존재로만 여겨졌는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들도 사람이며, 그들이 살인병기로 길러졌어도 그 마음 깊숙한 곳에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꿈꾸는 사람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음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간첩찬양 스토리가 아니다. 어떤 환경에 처해있어도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놓지 않도록 만드는 사람 속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다가오는 6월. 영화를 개봉이 더 기다려지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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