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와 철학자들 클래식 보물창고 16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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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와 철학자라....

이처럼 안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말괄량이라 하면 유쾌한 이미지지만 제멋대로이고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여자아이를 뜻하며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건 어쩔 수 없이 "삐삐"다. 그런 반명 철학자라고 하면 고뇌와 사색의 대가들이면서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그들에게는 인생의 고비고비가 화두이며 학문일텐데...이런 단어의 조합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소설을 읽기 전에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그 스콧 피츠제럴드가 아닌가. 난감했다. 대략-.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으면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으므로 다음에 찾게 된 작품은 좀 쉽게 읽혀질 것들을 골라봤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8편의 단편이 수록된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이었다.

 

일제시대에서 해방기 사이. 자유연애와 신여성이 등장하고 많은 사상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마구마구 쏟아져 나와 혼돈을 주었던 우리네 그 시기처럼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속에는 그래서 득도 있고 실도 있다. 말괄량이로 대두되는 신여성 플래퍼의 당돌함이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까닭도 그 배경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그래서 사색과 고뇌가 한층 더 우울함의 색채를 풍기는 것도 그 이유 속에 담겨져 있다.

 

재즈의 선율이 클래식과 다르고 팝과 다르지만 그 질척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이 작품 속 이야기나 등장인물들의 매력도 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대는 이 시대로, 인물은 인물대로 그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짧은 길이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어떤 장편 속 인물들보다 애정을 담뿍 쏟으며 읽어낼 수 있었다.

 

비록 탐한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잠시 그 시간을 살아본 듯, 그들 속에 어우려져 그 배경 속에 녹아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소설이 바로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내야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플래퍼처럼?마샤처럼?버니스처럼? 아마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겠지만 상상해보고 싶어질만큼 매력적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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