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바디스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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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처럼 제한적인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종족에 비해 좀비는 썩고 문드러진 냄새가 나는 지능을 상실한 시체 정도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에 대한 고찰. 나는 개봉된 영화의 원작을 읽으면서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좀비를 대상으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랬다. 읽는 내내.

 

거지조차 잘생겨야 인기가 있는 세상. 그래서 꽃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긴 세상 속에서 그래도 꽃좀비는 좀 너무했다 싶어졌다. 그래서 웅얼거리는 그들의 말들이 귀에 들릴 영화보다는 비교적 심리상태가 많이 반영되어 있을 원작 읽기에 도전했다. [웜바디스]는 읽고 싶은 소설이기보다는 [트와일라잇]의 스테파니 메이어, [시간 여행자의 아내] 오드리 니페네거의 추천작이었기 때문에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왜 미국에서 열광하고 있는지 조금쯤은 알 것 같았다. 그들의 로맨스 속에도 있는 "달콤함"이 추가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랑에 빠지리라고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좀비라는 이미 죽은 존재가 사랑에 빠지고 다시 인간화 되어 가는 "치유"의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다소 생소하기는 했지만. [레지던트 이블]에서처럼 좀비들은 인간을 식육하는 종족으로 그려졌지만 그 영화에서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이 된 듯한 배경 속에서, 한 소년이 한 소녀를 사랑함으로 인해 인간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바로 [웜바디스]였다.

 

사랑에 빠진 좀비는 별로 달콤한 어감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못하는 "R"이 먹어치운 페리라는 남자애의 기억을 통해 삶을 다시 배워나가고 그의 여자친구 줄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좀비와 인간구역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신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로맨스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잡아먹을 수도 있는데,,,잡아 먹지 않는 것은....스테프니 메이어가 그녀의 소설 속에서 보여주었던 피를 빨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던 금단의 유혹보다는 보다 원초적이라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이 로맨스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조용히 미소지을 수 있었다.

 

2013년 봄. 하반기에는 좀 더 달콤한 로맨스들을 구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봄에 한 권의 로맨스 소설 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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