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

일단, 시작해 - 개그맨 김영철의 톡톡 튀는 도전기
김영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2월

그를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보기 전까지는 그저 수다스러운 코메디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김영철. 약간 밉상 캐릭터로 나와서 주절 주절 말을 많이 늘어놓는 사람. 이영자, 최화정과 친한 남자. 그 정도였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딱히 개그 프로그램을 즐겨보지 않는 편이어서 그 외는 아는 것이 없었는데, 명강사들이 서서 청년들을 향해 직격탄을 던지는 그 프로그램 속에서 그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개그맨인지 명강사인지 헷갈릴만큼-.

행복한 수다쟁이 김영철은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이름을 알린 정도로 만족해도 좋으련만 그는 항상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마치 남자 조혜련처럼. 그는 끊임없이 꿈꾸고 저지르고 수습하곤 했다. 뜬금없이 어느날부터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더니 묵묵히 해온 공부가 벌써 10년이 넘는단다. 세상에~

무엇이 그를 이토록 목마르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를 끊임없이 정진하게 만드는 것일까. "모든 순간이 배움이고 학습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배움 아이콘이 되어 우리 앞에 우뚝 섰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바 있고 또한 번역서까지 낸 그이지만 [일단, 시작해]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하면서도 결코 잘난 척화 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점이 좋아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어느 유명한 사람의 위대한 어제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나랑 똑같이 실수하고 작심삼일하기 일쑤인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들은 수없이 많다. 년초가 되면 매년 계획을 세우지만 연말이 되어 보면 이루어낸 것은 몇 가지가 없어 실망하곤 하듯이. 하지만 그의 등두드림을 맞고 나면 나는 뭔가 또 꿈꿔도 좋을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라는 말. 이 말보다 더 힘이되는 말이 지금 내게 또 있을까. 나이도, 학벌도, 그 어떤 스펙도 나를 망칠 수 없으니 일단 저질러 놓고 수습하라는 그의 충고는 그래서 힘이되고 용기가 되고 긍정의 바이러스가 되어 뇌는 물론 내 몸 곳곳에 스며들어 오늘을 살아내는 자양강장제화 되어 버렸다.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이토록 힘이 나보기는 처음 인 듯 싶었다.

첫마음을 끝까지 버리지 못한 남자,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 남자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매력적인 그에게 어서 빨리 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래본다. 글을 쓰고 영어를 공부하고 강의하고 번역을 하고..자신이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는 그의 고백이 그래서 더 멋지게 느껴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