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문학의 즐거움 41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도 왕따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크게 부각되지도 않았고 사회적인 문제 현상으로 대두되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들끼리 잘 어울려주거니~라는 바람들로 지나쳐버렸을 것이다. 예전 세대에 비해 한 가정내 아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왕따는 문제시 되기 시작했다. 교내 왕따는 물론 사내 왕따까지 존재한다니....이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의 삶이 이토록 다르게 느껴질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살아보면 좋았을텐데....왕따가 되어 삶을 포기해버린 청소년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 집단에서 나와서 보면 어울림이란 별것 아닌데도 말이다. 다른 집단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살 수 도 있는데 그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지 않은 채 목숨을 버려버린 아이들.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힘들었을 그들의 고뇌를 알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일본의 어느 소녀는 왕따를 당해 가출하고 윤락녀로 전전하다가 야쿠자의 여인이 되었으나 다시 공부를 시작해 법조인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방황을 겪을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노라며 책을 낸바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왕따였으나 극복하고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수기나 외국으로 나가 더 잘 된 케이스들도 종종 본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한순간의 판단미스는 아까운 목숨을 잃게 만든다.

 

 

후쿠다 다카히로의 [비밀] 속 소녀 에미코도 그러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온 아카리를 가장 먼저 반겨주었던 아이였는데 그녀는 지금 병원에 있다. 그리고 다정다감하게만 보이던 반 전체의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수상쩍기만 하다. 모두가 입다물고 모두가 하나로 움직이는 이상한 반. 겉으로 보기엔 화합도 잘되는 그런 모양새지만 도리어 그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청소년기가 아닌가. 모두 개성들이 제각각일 아이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뭉치다니. 자칫 그 속에 섞이지 못하는 아이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 뻔해 보였다. [꽃보다 남자]에서처럼 달콤한 왕따는 현실 속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아카리는 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서 에미코의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이들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왕따가 되어가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아카리는 해냈다. 증명해냄으로써 모두의 문제를 풀어냈다. 상처입은 쪽도, 상처 준 쪽도 존재하지만 치유책을 찾아낸 것이다. 아이들의 세상이기에 어른들의 세계보다는 간단해 보였지만 그래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그 한계점이 없는 것 또한 그들의 세상인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후쿠다 다카히로는 쉬우면서도 따뜻하게 무거운 주제를 잘 풀어내고 있었다.

 

 

가면을 벗는 순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진실은 반드시 우리가 알아야할 현실이며, 이 또한 낯설지 않음을 어른들도 함께 읽고 공감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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