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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에 탄 소년과 곰 ㅣ 벽장 속의 도서관 4
데이브 셸턴 지음, 이가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노인과 바다는 어쩐지 에소프레소 같은 느낌이 든다면 소년과 곰 그리고 바다가 함께 있는 풍경은 달콤한 화이트 카라멜 모카를 맛보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대로 상상해 본다면 테디 베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진중할 것이고, 리락쿠마와 함께 하는 여행은 느긋하고 재미난 그 자체 일 것이며 코카콜라 곰과 함께 하는 여행은 맛나는 것이 가득한 여행이 될 것이 뻔했다. 그러나.첫페이지부터 끝날때까지 그저 "곰"인 보트를 모는 곰과의 여행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더 흥미를 돋군다.
어째서 보트를 타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소년이 타기 시작하면서 만남이 시작되었고 보트에서 깜빡 잠이 들어버리면서 긴긴 항해가 시작된 이 이야기는 잔잔했던 바다가 지루해졌다가 무서워졌다가 강도가 되어 그들의 배 "해리엇"을 박살내면서 진행된다. 마치 인생을 지나치는 소년과 그 곁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수호천사가 함께 하는 것처럼.
p.62 우리는 절대로 길을 잃지 않았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제제는 뽀르뚜까라는 멋진 어른을 후견인으로 두게 된다. 하지만 [보트에 탄 소년과 곰]에서 소년은 아무 해답도 들려줄 수 없는 곰 한마리와 함께 할 뿐이다.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상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어린아이에게 이 여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만화책도 있고 맛나 보이지만 선뜻 손대기 힘든 샌드위치를 자꾸만 꺼내먹는 곰 한마리. 아주 게으르지도 그렇다고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도 않는 곰과 함께 여행하면서 소년은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보이진 않았다.
낚시도 하고, 바다 괴물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안개를 헤쳐나가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벗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배도 없고 여전히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곰의 배에 올라탄 채 우쿨렐레로 노를 젓는 소년의 마음은 처음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 소년과 곰의 기이한 만남과 종을 넘어선 우정은 길 잃은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서 더욱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헤리엇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노를 저을 수 있는 까닭은 그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