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넉넉한 곁 - 김창균의 엽서 한장
김창균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평점 :
하루 24시간.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을진데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야마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1분 1초를 쪼개 살면서도 여유롭다 말하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사람들을 짧다거나 너무 지루하다거나 한다. 시간을 자신에게 잘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 속에 속하고만 싶다. 그러나 천성이 게으르다보니 그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일이다.
일상을 살며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일은 얼마나 피곤한 일일까. 생각이 그만큼 많다는 뜻인데 생각하며 살되 생각이 너무 많아 나의 하루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몇년전부터 나는 나의 시간을 조절 중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 생각없이 지나는 하루 역시 아깝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몇번이나 생각을 바꾸며 살아갈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궁금해서 에세이를 들춰보고 칼럼들을 읽어보고 타인의 생각을 유추해보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듯 생각이라는 녀석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놓은 글들은 그가 보여주고자하는 한에서는 사람을 이해하기 쉽다. 저자 김창균의 [넉넉한 곁] 역시 그런 책이다.
공동묘지가 연애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누군가가 말했다는 엉뚱한 상상력의 저자. 그는 스쳐가는 바람 한 점, 두 개의 마을 풍경, 할머니와 고양이, 사원에서 보낸 한 계절조차 헛투루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생각은 많고 늘 생각하며 살되 편안하게 생각을 정리해 풀어놓는 사람.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주 쉽게 쓰여진 일기를 훔쳐 읽듯 그의 담백한 짧은 글들을 읽으면서 겨울의 한 중간에 와 있구나 싶어진다.
밖에는 시끄럽게 지나가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창 안에서는 따뜻한 아랫 목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옆에 누운 고양이의 등을 쓸어가며 나는 그가 말하는 일상을 구경하고 있다. 장마철을 지나고 늦가을을 지나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날도 지나 자반고등어를 사러 시장에 가는 그의 일상을 눈으로 쫓으며 시간과 계절을 흘려 보낸다. 단 하루의 일이지만 그의 사계절을 읽어내며 나는 또 누군가의 사람을 야금야금 구경해내고 있었다. 누가 나의 삶을 이렇게 들여다 본다면 어떨까. 나의 하루도 이렇듯 매일매일이 다르게 느껴질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저자의 책을 다 읽었으니 또 다른 책과 만나지겠지만 누군가의 담백한 일상을 읽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기다림을 읽는 것마냥 간질간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