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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씨네 가족
케빈 윌슨 지음, 오세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토록 엉뚱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몇해 전 국내 작가가 쓴 복권당첨을 두고 한 가족이 엽기적으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을 읽으며 학을 뗀 적이 있는데 케빈 윌슨이 쓴 [펭씨네 가족]은 역대 그 어떤 엉뚱스토리도 감히 근접할 수 없을만큼 그들을 뛰어넘고도 말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리라.
니콜 키드먼이 이 이야기를 제작한다니, 그녀는 대체 어느 페이지에서 매력을 발견했다는 것인지......! <타임>,<피플>,<에스콰이어>가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소설 중 하나라는 [펭씨네 가족]은 상상했던 것처럼 동양인 가족이 주인공인 것은 아니었다. "송곳니"라는 뜻의 펭씨네 가족은 이상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는데 현실의 삶을 부정하듯 그들은 역할맡기에 빠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부부가 그러하니 당연히 아이들도 그렇게 길러졌다. 그들으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영향은 아이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버렸고, 예술을 행한다는 의미부여 아래, 그들은 여러가지 사건 사고들을 치며 생을 살아간다.
아흔 살 먹은 노파로 분장하고 오토바이 사고를 낸 엄마는 이미 여러 차례 절도를 한 이력이 있었고 몸에 불을 붙인 채 쇼핑몰에 뛰어드는 아빠 역시 엄마를 가르쳤던 스승으로서 비행기 안에서 이상한 프로포즈를 행하는 등 특이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노홍철이라도 이런 사람들의 삶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이한 이들은 맨가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로 레즈비언 의혹을 받는 딸과 감자총에 맞아 얼굴이 반쯤 뭉개졌으며 과거 가족들의 응원(?)으로 한 미인대회에 나가 입상을 한 이력이 있는 아들을 키워냈다. 정상적인 삶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들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며 "위대한 예술"을 위해 오늘을 망가뜨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엄마 아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들과 딸은 걱정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들은 나타날 것이므로. 실종 역시 스스로 꾸민 일임을 알고 있던 아이들은 걱정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달래며 부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그들을 꿰어낼 또다른 음모를 꾸며낸다. 이 가족 이대로 좋을까?
"펭씨네 가족"은 독특했다. 세상 어디에도 이렇게 살아갈 가족은 없을 것이다. 또한 없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어떤 소설과도 비교할 수 없고 그 어떤 이야기와도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쓰여졌다. 케빈 윌슨은 대체 어떤 상상을 하며 이 소설을 쓰게 되었던 것일까. 그것이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