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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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트 비제는 어린 나이에 부와 명성을 얻고 왕실화가가 되는 영예를 안고 살았다. 게다가 미모까지. 모든 화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또한 이렇게 지독하게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주구장창 그림만을 그려온 화가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다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동유. 이전에는 그의 그림도 화가의 이름도 알지 못했지만 [그림꽃, 눈물밥]을 읽으면서 "사람이 이렇게도 미칠 수 있구나"를 깨닫게 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그는 그림에 미친 예술가였다.

 

혹자는 그의 그림을 두고 "상업적"이니 뭐니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 김동유의 그리고자하는 욕구를 꺾지는 못했다. 그는 가족이 굶주리고 아내가 죽어갈 때조차도 붓을 손에서 놓질 않았다. 오해려 전재산 500만원을 톡 털어 축사에서 살면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살아있던 사람이었다. 존재의 이유. 그에게 그림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 그의 그림을 "학연, 지연"이 결부된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시장에서 먼저 알아본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날 읽은 동화 "빨강이 어때서"에 나오는 빨간 고양이처럼 그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과 같아지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색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했다. 그러다보니 굴곡도 많았고 가난을 피할 수도 없었다.

 

p.330  화가는 그려야 하고, 작가는 글을 써야 한다그래야만 뭐가 되어도 된다

 

결벽증이 있는 화가의 화실은 깨끗했다. 크리스티 경매 이후, 그림값이 오르고 그의 그림을 세상이 알아주면서 축사를 벗어나게 된 그의 작업 화실은 흰 벽에 천장이 높다랬을 뿐 물감이 흩어져 있지도 않았고 그림이 쌓여 있지도 않았다. 그리던 그림이 한 점 벽에 걸려 있었을 뿐이었다. 그의 그림은 마치 매직아이를 바라볼 때처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얼굴 속에 또 얼굴이 숨겨져 있다. 남자와 여자일 때도 있고 스캔들의 두 주인공일 때도 있지만 그는 감정을 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얼굴은 그저 이미지일뿐.

 

"이중그림"으로 유명해진 그의 그림보다 나는 사실 여인과 꽃과 벌레가 그려진 화사한 그림이나 부처의 그림이 더 맘에 들었다.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걸어온 사람. 제프리 디버가 그의 명작들을 8번이나 탈고하여 세상에 내어놓듯이 그 역시 작품에 공을 들이는 장인임을 알 수 있었다. 팔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왜 나쁜가. 모사도 아니고 도작도 아닌데.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 미술대학을 나왔고 누군가의 사사를 받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려온 남자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시크릿"의 비밀을 그가 살아온 발자취로 우리에게 증명해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그림이 좋았고 마음에 들었다. 책으로 작품이 아닌 작가를 이해해보기는 처음이었달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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