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방향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 최고古의 동네
설재우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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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만이 한옥촌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속에도 나오는 북촌은 양반네들이 조선시대에 살았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북촌이라는 지명을 들으면서 서촌을 떠올릴 수 없었을까. 서울에는 서촌이라는 지역도 있었는데 말이다. 서촌은 한옥의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60,70년대의 향수어린 옛골목들과 점포들이 가득했다. "점빵"을 아는 세대라면 이 골목길이 무척이나 반가우리라 생각된다.

 

서촌에서 태어나 서촌에서 자랐다는 저자는 서촌을 통해 아내를 만나 서촌에서 둥지를 틀며 살고 있다. 그토록 사랑하는 서촌을 홍보하면서 말이다. 동네하나를 소재로 썰을 풀어내는 재주를 지닌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재능을 바탕삼아 출판물도 발행하고 웹툰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기획도 하면서 서촌을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변모 시켜 나가고 있다.

 

서촌에서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어느 가장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가 다정다감한 이유는 담긴 애정이 담뿍이기도 하거니와 사람사는 내음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곳곳에서 소개되는 곳은 깔끔하고 예쁘장한 새로만들어진 곳들이 아니었다. 인위적인 것들이 아니라 손때묻고 낡아빠진 것들을 우리 앞에 내어놓지만 함께 공감하고 추억하게 만든다. 살아온 사람들만이 아는 웃음. 그런 것들을 털어놓게 만드는 힘이 그가 소개하는 서촌 속에 담겨 있다.

 

딱히 서촌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바는 없다. 서촌이라는 동네조차 이전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멋진 소개를 구경하며 이곳을 거닐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생각을 치솟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낯설고 새로워서가 아니라 정겹고 낡아빠졌기 때문이다. 허름한 골목 아래에 동네 고양이가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고,팔공산 돌계단만큼이나 진이 빠질 60계단을 밟아볼 수 있고, 양으로 승부하고 맛으로 승부하는 통닭집과 독특한 할머니들의 떡볶이가 있는 곳, 오래된 동네에서 여전히 개업의로 일하고 있는 할머니 의사의 다정함이 서려 있는 곳. 터를 잡고 몇십년씩이나 이 곳을 떠나지 않고 터를 내린 사람들이 오골오골 모여사는 곳. 이곳이야말로 인간시장.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경복궁의 서쪽에 있어 서촌으로 불린다는 이 곳. 경복궁 일대 혹은 효자동 일대로 묶여 불리던 이곳의 이름이 서촌이었다. 돌아온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이곳. 떠나기만 하는 곳으로 인식되어지는 농촌 역시 서촌 같은 바람이 불면 좋을텐데......!

 

골목이 있어 정겹고 사람이 있어 도담도담한 이 곳에 여행이 아닌 삶으로 다가가면 어떤 추억이 나의 것이 되어줄까. 꼭 한 번 살아가고 싶은 동네를 만났다. 그 이름,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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