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가까이, 너에게 : 파스텔뮤직 에세이북
파스텔뮤직 지음 / 북클라우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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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귀여워~"

 

이 노래는 내 컬러링으로 오랜 시간 핸드폰에 담겨 있던 음악이었다. 봄같이 따사롭고 발랄하고 귀여워서 다른 곡으로 바꿀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지겹다며 제발 좀 바꾸라고 할 때에도 나는 꿋꿋하게 버텼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니까. 하지만 이 곡이 파스텔 뮤직의 곡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음악만 좋아했을 뿐이어서.

 

이런 예쁜 음악들이 만들어지는 파스텔뮤직은 거대 음반사가 아니었다. 2002년 가을 작은 고시원에서 시작된 소박한 그들의 공간은 몇번의 이동이후 홍대에 자리잡으면서 비로소 홍대 인디음악을 대표하고 발표하는 음반사가 되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요조,커피프린스1호점 ost,등등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의 음악에 젖어 있었다. 공기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느껴지는 음악들. 혹자들은 여신음악 스타일이라 질타한다지만 내겐 그들의 음악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좋아 즐겨듣는 청자였다. 달달하면서도 행복해지는 음악. 세상에는 심각한 음악, 위대한 음악, 앞서가는 음악, 사랑과 이별로 슬픈 음악들도 있어야겠지만 이렇게 위로받을 수 있는 몽환적인 음악들도 공존해야하지 않을까.

 

수입음반의 성공까지 더불어 이루어가며 착실히 한 발, 한 발 내밀어온 파스텔 뮤직에게도 슬픈 에피소드들은 있었다. 들어도 어이없는 19금 사건으로 인한 경찰서 출두나 "인디 주제에 매체 돌면서 이름도 모르네"라는 억울한 수모를 겪어야 했던 사연, 정든 둥지를 떠나간 가수들까지. 그들의 10년 역사는 슬픔도 외로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모두모두 섞여 있었다. 희노애락에 뭉쳐져 온 10여년의 세월이 [조금씩, 가까이, 너에게]라는 예쁜 에세이 북으로 나온 듯 했다.

 

특별히 더 반가웠던 것은 책 뒷면에 부착되어 있는 작고 예쁜 CD한장이었다. 독자를 위한 파스텔 뮤직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랄까. 또한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동안 음악을 만들어왔는지 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했다.

 

소속 가수들을 만나게 된 인연의 시간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고 그들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박경환, 캐스커, 파니핑크, 희영, 타루, Luccia등이 털어놓는 "나의 이야기"와 파스텔 뮤직과의 추억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진 것은 비단 음악뿐만은 아니었구나를 깨닫게 만든다.

 

가을에서 겨울로 갑자기 넘어가고 있는 요즘, 파스텔 뮤직으로부터 선물받은 음악을 걸어놓고 눈 앞에 책을 두고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면 꼭 카페에 온 느낌이 났다. 이 느낌! 나쁘지 않았다. 잠시 행복해지는 느낌. 누군가에게 권해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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