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
사이토 히토리 지음, 한성례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머뭇거리는 시간마저 소중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의 괴짜 부자 사이토 히토리가 그 인물이다. 모든 사람이 인생을 리처드 브랜슨처럼 살 수 없고, 또 모든 사람이 손정의나 이건희처럼 부자로 성공할 수 없다. 꿈은 크게 꾸고 목표는 지속적으로 이루어나가되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히토리는 잠시 멈춰선 순간까지도 사랑하라며 우리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휴식을 던져주진 못할 망정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일까. 나는 책을 읽기 전 그것이 궁금했다.

 

작년 즈음이었나. 한 일본 ceo가 쓴 자전적 스토리를 읽고 서평을 올렸더니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한국 직원을 통해서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연락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역시 이래서 이 사람은 성공할 수 밖에 없었구나싶어 감탄한 적이 있다. 자그마한 일조차 넘어가지 않고 찾아내며 감사하는 일. 그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반면 사이토 히토리의 책 제목은 다소 노홍철스럽다. [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라니. 나 역시 이 제목이 참 좋다. 철들지 않고 살고자하는 1인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어른이기보다는 아이의 눈으로, 마음으로, 그 따뜻하고 계산없는 가슴으로 세상을 품어보고 싶건만 사회생활은 언제나 빠르고 완벽한 어른으로 거듭나라고 나를 독려해대곤해서 그 사이에서 항상 갈팡질팡하다가 20대를 다 흘려보낸 것만 같다.

 

분명 나는 내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바보는 아니다. 배트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며 아이언맨도 아니니까. 하지만 길가다 넘어 울고 있는 아이를 일으켜주고, 배고프지만 헤꼬지를 당해 겁먹고 숨어 있는 작은 길짐승에게 가방 속에 늘 가지고 다니는 사료를 나누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어느 한 구석은 뎊혀가고 있다고 믿고 살고 있긴하다. 그런 소소한 행복이 들어 있으려니 했건만 12년 연속 일본 사업소득 고액납세자 중 하나인 히토리의 책은 내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우선 책이 매우 예쁘다. 숲이 있고, 바다가 있고,동물들이 있고, 꽃과 오리 같은 생명들의 사진이 너무 예쁘게 실려 있다. 그뿐인가. 명언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어 깨알같이 좋은 글들을 눈에 담게 만든다. 하지만 역시 딱 일본에서 출판될법한 문고판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야기의 알맹이는 잘 풀려져 있지 않았다.

 

또한 그의 생각 중

 

장학금을 받을 실력이 안되면 대학을 고집하지 마라!는 부분이 있는데 가난하지만 성적이 우수하지 못해도 학업 그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주말 드라마의 장군이라는 캐릭터처럼 성적은 오르지 않지만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성실한 아이들도 있고 어느 한 과목을 좋아해서 대학공부 이후 두각을 나타낼 아이들도 있기에 그의 이 말은 내 생각과는 맞지 않았지만 애초에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라고 쿨하게 풀어놓고 시작한 책이기에 꼬투리를 잡는다거나 하고 싶지 않았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해서 틀렸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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