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에서는 신분세탁을 위한 살해를,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서는 자신의 독특한 취미생활을 위해 살해를 일삼는 주인공들을 만났다면 피에르 르메트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사건 속으로 몰아간다.

 

알렉스 프레보스트는 작품 속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나탈리, 레아, 줄리아 등의 여러 이름으로 변신하면서 이전과 다른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여자.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지만 우연을 가장하며 독자를 속이는 여자. 이 여자가 어느날 길거리에서 납치 된다. 그것도 50대 남자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면서까지.

 

눈을 떴을때 여자는 발가벗겨져 몸을 펼 수 없는 아주 작은 나무 궤짝에 담겨 공중에 매달리는데 흡사 그 모습이 꼭 새장 같아 그녀는 갇힌 한마리의 새가 되어 버렸다. "니가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납치의 목적이라고 말한 납치범이 추격하는 경찰을 피하다 죽어버린 것도 모른채 알렉스는 공중에 매달려 지난 삶이 아닌 남은 삶을 위해 쥐와 사투를 벌인다. 자신의 피를 받쳐가며.

 

그런 그녀를 찾기 위해 투입된 형사는 유명화가의 아들이자 임신 8개월차의 아내가 납치 되었다가 살해된 채로 발견된 불행한 가정사를 지닌 카미유 베르호벤이다. 그는 키가 145cm밖에 되지 않았으나 이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면 그의 단신인 키 따위는 머리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그에게 맡겨진 의뢰는 생각보다 복잡하면서 미묘한 것이었으므로.

 

알렉스를 납치한 장 피에르 트라리외는 자신의 아들 파스칼을 살해한 여자를 찾아 헤매다가 알렉스를 발견했고 피해자인 알렉스가 여러 남자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인 것이 밝혀지면서 베르호벤은 그녀의 과거를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거 속에 또 다른 반전이 숨겨져 있다.

 

두꺼운 소설의 내용을 눈으로 따라 읽으며 급해지는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사건과 반전의 물결 속에서 허우적대다보니 어느새 나는 알렉스라는 여자를 살인범이 아닌 내 이웃과 다름없는 한 여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열살바기를 성푝행하고 매춘을 알선하고 종국엔 온몸을 화학약품으로 망가뜨린 걸로도 모자라 살해당해야했던 한 여인의 죽음 앞에서 그녀가 그렇게 이용당하고 버려질만큼 세상이 잘못했는가? 를 묻게 만들었고 세상이 그녀를 그렇게 몰아가기 전에 무엇을 해 주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알렉스는 납치범에 관한 이야기도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도 가정내 폭력에 관한  이야기도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이 포괄된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읽는 내내 뜨끔뜨끔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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