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술관을 걷다 - 13개 도시 31개 미술관
이현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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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외국어가 독일어여서 관심갖게 된 나라인 독일은 "딱딱하다"라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깨끗하고","검소하며","무엇이든 잘 지켜지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곳이다. 단어 하나하나, 사물 하나하나가 여성,남성으로 나뉘어져 있어 언어를 습득할때엔 꽤나 까다롭게 느껴졌지만 그나름의 규칙들이 재미있어 깨알같이(?) 밤을 새가며 공부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중요과목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어적 표현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독일어적 표현이 낯설기도 했는데, 무제움 이 그 대표적인 단어였달까. 뮤지엄과 같은 뜻인 독일의 무제움 중 31개의 미술관을 소개하는 [독일 미술관을 걷다]는 "수집"과 "휴식"을 주제로 하고 있어 구경하는 내내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 했다.

 

옛동독의 지역까지 포함하여 총 13개의 도시 미술관을 소개하는 [독일 미술관을 걷다]는 독일인 스럽다는 말이 나올만큼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향해 있다. 더군다나 프랑스적인 화려함이나 일본스럽다 싶을만큼의 인위적인 미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마치 웰빙요리를 대하는 마음처럼 산뜻한 느낌으로 산책하게 만든다. 실제로 가본 것은 아니지만 다녀온 것 같은 느낌으로 잠들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찬찬히 구경하면서 알테스 무제움, 노이에스 무제움, 페르가몬 무제움 등등이 주는 색다른 느낌과 고풍스럽지만 단아한 느낌을 간직하게 만드는데, 31군데 중 기차역을 개조하여 만든 함부르거 반호프 무제움이나 무제움 슐로스 빌헬름스회에는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메모해 두기도 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어떤 유명한 작가나 작품전이 걸려 있을때만 방문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외국의 건축물들은 그 자체를 구경하러 가도 좋을만큼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많아 부럽기 그지 없었다.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진 우리네 건축물들과 달리 그네 들이 지닌 멋스러움이 약간 샘나기도 하면서.......!

 

화려함을 쫓아 도심의 중심에 있는 미술관도 궁금하지만 약간은 한적한 듯한 이런 미술관들을 위해 여행의 발품을 파는 일도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이리라. 어느 한가지 목적을 두고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훌쩍 "휴식"처럼 떠나서 여유롭게 만나보고 오는 여행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품고 있는 요즘, 이 책은 내게 또 다른 길을 꿈꾸게 만들고 있다. 홀로 훌쩍 떠나서 편안함과 조용함을 즐기다 오는 그런 여행을......!

 

인생이 바쁘게 돌아가기만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다람쥐 쳇바퀴돌듯 살다가 멈춰버린 내 인생마냥. 그래서 휴식이 필요할때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여권도  10년짜리 복수 여권으로 만들어놓고선 덜컥 발이 묶여 버렸다. 이 족쇄가 풀리는 날 훌훌 떠날 수 있는 곳들을 물색해보며 나는 독일의 박물관들을 찜해놓는다. 살아있는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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