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 - 어느 카피라이터의 여행 요령기
송세진 지음 / 서랍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이 좋았다. 나라마다 자동로밍이 안되니 로밍없이 떠나, 휴대폰을 살포시 꺼두면 누구도 나를 찾지 못하던 시절. 그 시절 해외 여행은 꿀맛 같아는데, 저자 송세진도 그 맛을 아는 여자였다.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는 카피라이터이자 우리처럼 직장에 목매던 한 여인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신나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이야기다. 그녀는 30여개국에 발도장을 찍고 다녔지만 길치라고 고백했다. 이런 반가울데가. 나랑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한 사람 있었다. 길치면서 세계여행을 밥먹듯 다닌 그녀는 영어 또한 서툴다고 한다. 더이상 반가울 수가 있을까.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이렇게 첫페이지부터 공감대를 형성하며 구경하게 된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는 시작부터 재미가 쏠쏠해서 그런지 몰라도 읽는 내내 "오~오~"감탄사를 절로 내지르며 읽게 만들었고, 책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책을 보는 내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동생들은 다 읽고나면 서로 책을 선물로 달라며 졸라댔다.

 

사넬백은 유럽 항공권, 구찌는 라틴아메리카, 에르메스는 남극의 항공권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 여자의 여행은 신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꼭 내 곁의 누군가가 해외 여행을 다녀와서 그녀의 실수 많았던 여행담을 주저리주저리 신나게 풀어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깔깔대면서 읽다가 감동받으면서 읽다가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보다가 어느 페이지에서는 한참 멈추어서 그 페이지의 여행을 내것처럼 상상해 보기도 했다.

 

발이 묶여 있어 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 나는 꼭 내 몸 안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유리벽을 뚫지 못하고 그 밖 세상만 바라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내가 되어 오렌지빛 여행담을 읽고 또 읽어냈다. 꿈만 꾸어 보았던 크루즈 여행도 중세분위기가 물씬 나는 몰타의 여행도, 악어수건이 기다리고 있던 이집트 여행도 부럽기만 했다. 모모집의 버팔로 고기맛은 어떤 맛일까?

 

구운 마늘 같기도 하고 밤톨같기도 했던 상형문자 도장은 꼭 선물 받고 싶은 아이템이라 내가 못가면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서라도 여행을 보내 꼭 선물 받아야겠다는 의지를 불끈 솟게 만든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여행이 어떻게 날려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교본 같은 여행서적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여행을 다니다가 여행사를 차리거나 여행파워블로거가 되거나 여행작가가 되는 것만 같다. 좋아하는 것을 취미삼아 하다가 업이 되다니....얼마나 즐거울까. 그녀들의 삶을 부러워만 하기보다는 내가 미루어놓았던 꿈들을 오늘은 한번 펼쳐보아야겠다. 앞으로 남은 나날들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할까. 누군가의 여행기는 나의 미래 일기가 되어 오늘 내 앞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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