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의 클래식 여행 - 바흐에서 번스타인까지 위대한 음악가 32인의 삶과 음악
금난새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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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 지휘자는 좀 특별한 사람이다. 그가 행하고 다니는 연주회의 특징도 그러하거니와 근엄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단상 위의 지휘자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대중 곁으로 한걸음 다가선 사람이라 더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그는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몇해 전 생일날 우연히 그의 순회 연주회에 가게 되었는데 그날 "생일 이신 분 일어나 보세요~"라고 해서 엉겁결에 일어났더니 혼자였다. 1층,2층을 통틀어 단 혼자 생일을 맞이했던 나는 그날 가득 메운 사람들의 축하 박수와 함께 지휘자님과 악단에게 생일 축하곡을 선물받았는데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여전하다. 즉흥적이었던 선물이건 아니건 간에 생각지도 못했던 음악선물은 그날 이후로도 가슴에 고이고이 남아 감동을 여전히 만끽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내게 더욱더 특별한 지휘자가 되었다. 감동을 전하는 지휘자. 나는 그를 그렇게 부른다.

웃음기 많은 얼굴, 약간은 어눌한 듯한 한국말, 언듯언듯 보여지는 엄격한 얼굴의 표정까지. 그는 음악가가 아니라면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을 얼굴상을 가진 사람인데 그래서 그가 풀어내는 클래식 이야기는 여행이되고 교육이 되고 지식이 된다.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듣게 만들면서도.

 

바흐에서 번스타인까지 위대한 음악가 32인의 삶은 사실 알려진 부분들이 대부분이다. 위인전을 통해서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너무나 많이 다루어졌던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새로워서 책을 읽고 싶어진 것이 아니라 특별한 지휘자가 들려주는 이양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져서 읽게 된 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클래식 음악들이 책을 읽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고 마에스트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장가가 아닌 살아있는 에피소드로서 아이들과 성인들에게 음악가와 그 음악의 연관성에 대해 설파하면서 귀와 눈과 머리 속까지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클래식은 딱딱한 음악이 아니다. 도리어 가사가 없어서 내 기분에 따라 들으면서 상상을 바꿀 수 있어 나는 클래식이 좋았고 즐겨듣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브람스나 비제, 차이콥스키, 베토벤 등등의 음악가의 삶보다 그들이 걸어온 인생이 곧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들이 흘렀다. 이해하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후인데, 인생을 알아가면서 그들이 왜 위대했는지 깨달아가고 있다.

 

위대한 음악가들이 살았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이 음악가들의 음악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음악가들도 있다. 창작에 몸을 담고 있건 설파에 몸을 담고 있건 간에 음악과 함께 하는 그들의 인생이 늘 부럽다. 즐거움만 가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음악만으로도 외롭지 않았을 그들의 인생이 너무나 부럽고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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