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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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라는 소설은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몇해가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사람을 짜내어 그 속에서 향을 찾는 사내라니...그것도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사이코 패스의 취미 생활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향에 미친 남자의 일생이 불쌍해서였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향수]보다 더 잔인하게 태어났다. 바로 조이스 캐롤 오츠의 [좀비]였다.

 

좀비는 영화상에서 나오는 괴물쯤으로 느껴졌는데, 살아있는 사람이 좀비처럼 무서워진 것은 소설을 읽고나서였다. 죄책감 없이 사람을 닭잡듯, 당당하게 잡아내린 이 남자는 중산층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백인남자였다. 31살의 쿠엔틴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고자했다. 어쩌다가 이런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 것일까. 이 남자는.......!

 

[신드롬]에서처럼 뇌를 맘대로 조정해서 병을 정복하고자 했던 어느 의사의 망상도 아닌 것이, 그저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있는 노예가 필요했던 백인 남자의 망상은 살인을 야기시켰고 결과적으로 무시무시한 일들이 자행되어졌다. 하지만 이야기는 심각하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 이야기를 풀어내듯 추적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짧고 간단하지만 무언가 단서를 남기는 형식으로.

 

"좀비를 가지고 있었다."

 

라는 남자의 소망은 엉뚱하게도 살아있는 시체를 만들기 위해 아무도 찾지 않을 사람을 골라내어 실험을 하고 갖다 버리곤 했다. 그를 보며 인간성의 상실을 너머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가치를 역으로 생각해내게 만드는 똑똑한 공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깨달아가는 것 중에 사람에 대한 것들이 있다. 사람이 때로는 희망이 되고, 사람이 때로는 의지가 되지만 반대로 사람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것.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이웃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공포를 현대인이 가지는 까닭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옛말은 쿠엔틴의 이웃들이 떠올릴 교훈이 아니었을까.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하지만 사람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서글픈 존재같다. 공포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서글퍼진 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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