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그란 안경에 짧은 커트 머리, 놀란 듯한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어린 모습의 작가가 세월이 흘러 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그녀의 유명작 [키친]의 열렬한 팬으로 시작해 [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허니문],[도마뱀],[암리타] 등등 빼놓지 않고 읽어왔던 내게 작가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근한 이웃이요, 세월에 따라 함께 나이먹어가는 정겨운 벗이었다. 다른 작가들은 그 작품으로만 친숙할 뿐이지만 이상하게도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작품 [키친]이 가져다준 치유력 때문이리라.

 

짧고 간결한 문체이면서도 마음을 콕콕 찔러대는 그녀만의 독특한 문제 대화법은 묘사에 능한 작가들이 주는 묘미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곤 했는데 나 역시 그 독자 중 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두살 배기 아들이 여섯살이 될때까지의 식탁 일기를 털어놓는다니....그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은 욕심만으로도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집어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감동은 첫장부터 밀려왔다. 나의 것을 칭찬해줄 때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그녀가 첫장부터 소개하고 있는 음식은 한국 친구가 보내준 엄청난 양의 김치와 김이었다. 맛나게 먹었다니 또한 뿌듯했다. 내가 보내준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네 음식의 맛깔스러움을 그녀가 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한국의 음식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식탁은 글로벌한 식재료가 올려지고 있었는데, 오키나와 산 해조류라는 바다포도 부터 시작해서 치킨수프의 일종이라는 똠까가이, 하카요리, 대만요리, 태국요리, 인도 닭요리인 탄두리 치킨, 카르보나라 등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맛나는 것을 요리해먹고 찾아먹는 그들 가족의 맛탐방을 구경하고 또한 모르는 음식들은 상상해보기도 했다. 어떤 가게는 너무나 친절해서 약간의 실수도 용납이 되는가 하면 어떤 가게는 너무나 불친절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그녀도 우리와 별반 다르게 살고 있지 않아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고.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일본적인 색채나 전통적인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도 작가가 일본인임을 잊고 만다. 국적불명의 필명인 바나나를 붙인 그녀의 의도대로 너무나 편안하고 내맘같은 구석이 많이 느껴져서 내 이웃의 글을 읽고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때가 많다.

 

그녀가 담아내는 101가지 식탁 이야기는 화려한 레시피북 스타일로 쓰여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일상과 추억과 맛과 성장이 어우러져 매일의 식탁을 일일드라마처럼 펼쳐놓았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그녀의 추억을 살짝 들춰보며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분명 담백한 레시피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