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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저 멀리 간 뒤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 김영호의 삶, 거짓, 진실
김영호 지음 / 아트블루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사람보단 풍경이 많지만 그 속에 "세상"이 담겨 있는 책이 있다. 눈으로 바라본 세상보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이 더 운치 있음을 보여주는 배우 김영호의 [그대가 저 멀리 간 뒤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는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상의 것보다는 세상 외의 것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얼마전 사극 [인수대비]에서 세조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그는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워보이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런 그는 노래도 잘 부르고 음악도 했고 시도 쓰는 등 거친 남자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소프트함이 더 매력적임을 알려준 배우이기도 했다. 김영호나 송강호 같은 배우들은 의외성을 가진 사람이라 더 멋진 것 같았다.
그런 그가 진실한 사람을 만나기가 아침이 오듯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말한다. 살아가는 모든 사연이 보내고 만나고 그 속에 산다고 말한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무대 아래에서 살아가는 우리네와 느끼는 것은 그닥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소탈하면서도 소소하게 보이는 일상은 그래서 더 정겹다.
이래저래 길게 늘여 쓴 것이 아니라 시를 쓰듯 자유롭게 쓰여진 그 짧은 글들이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풀어지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마음을 움직인다. 마치 던져진 돌멩이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그려내듯. 그렇게 소금쟁이 다리마냥 미끄러지며 번짐을 만들어낸다.
그가 부르는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잔인했던 어제는 잊어버리고 스쳐지나갈 뻔 했던 오늘을 붙잡아 관찰하며 내일은 달콤할 것이라고 꿈꿔 볼 수 있도록!!! 그래서 그처럼 열심히 살아낸 오늘이 지나쳐 가고 나면 내일 이 시간, 오늘을 그리워하며 나 역시 멀리 간 뒤라도 남겨진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도록.
현대물보다 사극에 더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김영호는 한지에 먹을 풀어내듯 일상을 시처럼 담아낸 그의 하루하루는 이처럼 시적이다. 그런 그에게 낮과 밤은 시어가 되고 시문이 되어갔다...
잠이 들면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며칠 후 교회나 한번 가야겠다
하지만 난 정말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그의 생각들은 이렇게 부드럽지만 날카롭기도 했다. 세상을 향해 내면을 향해 소리치는 그 소리들이 20대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지만 30대부터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라 페이지마다 공감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그가 이렇듯 고등학교때부터 써 왔다는 시들이 이제야 잘 묵혀져 발효된 채로 세상에 내어졌는데 촬영장에서도 씌여지고 여행길에서도 쓰여지고 새벽에도 쓰여지고 밤에도 쓰여지면서 그가 오늘을 그냥 숨쉬고 있는 사람이 아닌 걸 알게 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삶을 지나친다...
는데, 세상을 욕하고 그래도 사랑이라 품어보고 또 그러다가 떠나곤 하는 남자 김영호의 세상바라보기는 이렇듯 나를 알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다른 이들의 삶 또한 궁금하게 만든다. 흑백에 스며든 한줄기 빛처럼 멋진 배우 김영호는 오늘 찾아왔다가 오늘을 보여주며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