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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 -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
제프리 J.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어려웠던 지난 날, 그저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하던 나와 달리 어린 동생은 신문배달을 하겠다고 나섰다. 꼬맹이인 주제에 제 몸무게만한 신문들을 옆구리에 끼고 아침부터 낑낑댔을 녀석을 생각하면 왜 그때 나는 함께 일어나 돌려주지 못했나 싶다. 지나고 보면 나는 참 무심하고도 게으른 누나였다. 아끼는 마음은 가득했는데 참 표현이 부족했다. 할머니의 만류에도 한달간 신문을 돌리던 동생은 결국 악덕 신문소 주인에게 거의 돈을 다 뜯기고 배달하던 동안 떨어진 운동화 값도 건지지 못한 채 울면서 돌아와야했다. 한국의 신문보급소와 달리 미국의 보급소는 비즈니스의 장소인 모양이다.
실로 간만에 재미난 비즈니스 동화 한편을 읽을 수 있었는데,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고난 뒤의 개운하고도 담백했던 느낌처럼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도 그러했다. 교훈적이고 착한 동화지만 지루하지 않을면서 재미났다. 워렌버핏, 잭 웰치,월트 디즈니, 톰크루즈의 공통점이 모두 신문배달이라는 점도 신기했고.
화목한 가정의 일원인 성실한 학생 레인은 어느날 아버지의 권유로 동네 신문배달을 시작하게 된다. 중1부터 고2까지 이어진 그 생활은 레인의 미래까지 바꾸어놓았는데 그저 성실히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인이 아닌 고용주의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어떤 방법으로 독자들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를 고민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생활 속 비즈니스 레슨이었던 것이다. 구역을 후배에게 넘기면서도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 "셀링 포인트"까지 꼼꼼히 계산해가며 수익률을 따져보고 넘겨받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 바로 레인이 한 일이었다.
물론 혼자 한 일이 아니었다. 일을 권해준 아빠와 셀링 포인트를 함께 계산해준 엄마,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였던 번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레인을 이끌어준 멘토였다. 늘 배우는 자세로 임했던 레인은 그래서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나갔다. 감동은 그 결과에 있지 않고 그 과정에 있음을 레인을 통해 깨닫게 되었는데 신문 한 부를 돌릴 때 남는 이익과 팁까지 얻을 수 있다면 우리네 꼬맹이들 중에서도 레인처럼 비즈니스 신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신문을 받아보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줄었다고 하는데 그 바람인지 조간이든 석간이든 배달하는 사람을 보는 일이 참 드물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석간을 돌리시는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꼬맹이들이 신문배달을 하던 모습을 본 게 언제인지 싶기도 하고. 그러고보면 세상은 참 빨리도 변해간다. 어쩌면 머물러 있는 것은 게으른 내 모습뿐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레인처럼 올해엔 성장점을 찍고 키자람해야겠다. 건강도 빨리 되찾고 내 자리도 되찾아가면서-.